도망 치듯 떠난 해외.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20대 중반까지 해외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이 넘게 낯선 곳으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비행기에서 나오는 기내식의 생선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창문 덮개를 열면 구름이 보이고
내 옆에는 낯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기내식을 무의식적으로 먹는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나는 현재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긋지긋한 한국 땅을 떠나온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더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으니까.
엄마, 아빠, 동생아. 모두 안녕! 날 더는 찾지 마!
'그래, 단 3개월만이라도 나를 위해서 살아보자. 25살 되도록 나를 위해서 산 적이 없었잖아. '
밥을 먹고 얼른 토익 영어 단어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외우기 하나는 잘하니까, 외국어 영역, 언어영역 역은 뭐 문제없지.'
언어라면 자신 있었다. 영어든 국어든.
학교 시험-남들이 어렵다고 해도
책 읽고 문제 푸는 게 뭐가 어렵지?
수학 문제 풀 바엔 국어 영어가 훨씬 낫지.
교과서 영어책 안에
답이 다 있는데
다들 왜 난리지?
워낙 글쓰기도 , 책 읽는 거도 좋아했던 나는
승무원이 준 콜라를 마시면서
토익 어휘책을 외우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낯선 나라에 도착이다.
딱, 3개월만 잊고 살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