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시간 속에서 떠오른 회상의 그림자
가끔은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그리고 또 가끔은, 담배 한 대가 생각난다.
아마도 오래된 습관이 문득 고개를 드는 것일 테고,
어쩌면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조용히 손을 흔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술을 끊었다.
정확히는, 예준이가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해부터다.
그러니 따지면 네 해 하고도 여섯 달.
이제는 제법 익숙한 절제의 시간이다.
그 전에는 그렇게 살았다.
삼겹살을 구울 때면,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보다 먼저
찬 소주 한 잔이 떠올랐고,
광어회를 앞에 두고 앉으면
금방이라도 다시 파닥거릴 것 같은 그 살결에
먼저 잔을 들고 입부터 축였다.
나의 식도와 위는 아직도 그 첫 모금의 짜릿함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몸은 끊었으나, 감각은 남았다.
속은 말이 없고, 목구멍은 조용하지만
가끔은 그 기억이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담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지금은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숨을 크게 내쉬고 싶은 날이면,
속이 먹먹해져 한숨이 깊어지는 날이면,
나는 문득 그 연기를 떠올린다.
담배 한 대를 물고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밤들이 생각나고,
한 줄기 연기 사이로
마음의 응어리를 밀어냈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된다.
물론,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때가 더 좋았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그때의 나 역시
지금의 나처럼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참고 있다.
그리고 그 참음 속에는
사랑이 있고, 책임이 있고,
아버지로서의 내가 있다.
그러나 그런 나일지라도,
어쩌면 더욱 그런 나이기에,
가끔은 소주 한 잔이 생각나고,
담배 한 대가 그립다.
그립다는 것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지나온 길을 기억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을 삼키며,
조용히, 묵묵히 하루를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