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예찬

수직으로 확장된 우리의 삶

by Mr Godot

예준이에게 집은 곧 아파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으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모네 집에 가도 아파트, 외가에 가도 아파트, 친구네 집에 가도 아파트다.
예준이의 세계에서 집=아파트라는 등식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다만 가끔 가는 시골 할머니 댁만은 주택이다.
그래서인지 예준이는 늘 주택이 좋다고 말한다.
새로움과 낮섦이 주는 매력이 어린 마음을 흔드는 모양이다.

나는 달랐다.
시골의 오래된 주택에서 자란 어린 시절,
학교 근처 원룸과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거쳐왔다.
그 모든 경험 끝에, 나는 아파트가 가장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겨울마다 돌아오는 따뜻한 난방,
문 앞까지 배달되는 택배.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이 모든 구조와 질서는 우리의 생활을 조용히 지탱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처음 아파트로, 그것도 내 집으로 이사 왔을 때의 설렘이다.

비록 우리집의 대주주는 은행이만,
내 이름으로 된 집,
내가 문을 열고 닫는 순간마다
‘이제 여기가 나의 집이다’라는 확신이 주는 안도와 기쁨.
그 벅찬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더더욱 아파트가 좋다고 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아파트를 ‘닭장’에 비유하며,
획일적 도시화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아파트는 새로운 공동체의 형식이며,
이웃의 개념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확장한 삶의 구조다.
층층이 쌓인 집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때로는 발소리로, 때로는 웃음소리로
서로의 삶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아파트는 이웃과 너무 가깝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숨소리와 생활 소리가 전해질 만큼,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곧잘 의식하며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도한 가까움이 오히려 거리를 만든다.
혹여 간섭이 될까, 혹여 불편을 줄까,
우리는 스스로 담을 세우며 살아간다.
아파트는 이웃을 가깝게도 하지만,
때로는 더 멀리 느끼게 하는 묘한 공간이다.

아파트는 흔해서 특별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익숙함 속에도 분명한 가치가 있다.
아파트는 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예준이에게는 아파트가 곧 집이고,
나에게는 아파트가 결국 가장 편리한 집이다.
세대는 달라도 결론은 같다.
우리의 삶은 아파트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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