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나를 안아주는 순간
물속에서 나는 비로소 가벼워진다.
하루 종일 어깨 위에 얹어 두었던 무게가
조용히 물 위에 흩어지고,
더는 땅의 중력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 순간 세상도, 삶도,
그리고 마음 깊이 눌러 두었던 근심까지도
물속에 스며들며 한결 가벼워진다.
땅 위에서는 우리는 늘 무언가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직장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더미,
가정의 생계를 붙드는 책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불안까지.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짐이 되어
하루하루를 무겁게 만든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그 무게가 단숨에 다른 질서로 바뀐다.
무겁던 것이 가벼움이 되고,
억눌림이 해방이 된다.
나는 물의 품에서,
삶이 다른 차원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배운다.
수영은 호흡의 예술이다.
한 번 들이마신 숨을 오래 붙들고,
때가 되면 놓아주어야 한다.
숨을 억지로 붙잡으면 곧 고통이 오고,
때를 놓치지 않고 내보낼 때만
새로운 숨이 찾아온다.
삶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사람과의 관계도,
붙들어야 할 때와 놓아야 할 때가 있다.
재산이나 명예도,
쥐고 있을 땐 버겁지만 놓는 순간
오히려 자유가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수영을 하며
삶의 가장 기본적인 리듬,
붙들고 놓아야만 이어지는 순환을 다시 배운다.
수영은 내게 속삭인다.
“물을 의심하지 말라.”
나를 맡겨야만 뜨고,
그때야 비로소 물은 나를 받아들인다.
물 위에 몸을 맡길 때,
그 믿음은 단순히 수영의 기술을 넘어
삶의 태도로 번진다.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고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없듯,
세상을 신뢰하지 않고는
참된 자유를 경험할 수 없다.
나는 물을 잡고, 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잡아도 잡히지 않는 그것을
나는 붙들며 헤엄쳐 간다.
그것은 마치 믿음이나 희망과도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물은 정직하다.
허둥대면 물살에 휘둘리고,
리듬을 찾으면 파도처럼 나를 안아준다.
나는 그 품에서,
어쩌면 오래전 잃어버린 날개를 되찾은 듯 자유롭다.
땅 위에서 나는 결코 날 수 없지만,
물속에서는 나는 날 수 있다.
팔을 뻗고, 발을 차며,
내 안의 고단한 마음까지 물 위로 내보낸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된다.
수영은 몸을 단련하는 동시에
마음을 다스리는 길임을.
그것은 근육의 힘만이 아니라
호흡과 신뢰, 균형과 인내를 가르친다.
물은 나를 단련시키고,
또한 위로한다.
나는 수영을 찬미한다.
그것은 땀의 운동이 아니라 숨의 기도이며,
몸의 놀이가 아니라 마음의 해방이다.
그리고 오늘도 물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고요히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