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BL Hous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경심전 Jan 29. 2023

JBL 4350 멀티 구동기

2012년 경험

내가 자주 드나드는 모 인터넷 동호회에 JBL 4350에 대한 간단한 멀티 엠플리파이어 시스템 운용기가 올라왔다. 글은 간단했으나 시스템은 화려했다. 시스템을 이러했다. 4350은 실렉터를 통하여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운용하고 있단다.

 1) 오리지널 4350을 그대로 운용

 2) 4350의 저역, 375 드라이버와 2395 혼의 조합

 3) 4350의 저역, 2440 드라이버와 진선 벌집혼의 조합   

JBL 2395 독수리날개 혼


채널디바이더는 유레이 525이고 자작 진공관 프리 앰프를 쓰고 있다. 

유레이 535 채널디바이더

 

흥미로운 점은 글 게시자가 ‘앰프는 저희가 만든 CORE인티앰프로 구동 중입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저역은 CORE를 모노 모노 구성으로 구동하고 중고역도 CORE 1대로 구동한단다. 이 글에서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 CORE라는 브랜드를 쓰는 새로운 인티 앰프를 개발했으며, 우리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관련되는 사람은 복수다. 또한 인티 앰프를 파워로 쓰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인티 앰프는 파워 앰프와 프리 앰프를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4350을 다양한 각도로 구동하고 있다는 점과 CORE라는 신 개발 앰프로 구동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댓글을 달아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언을 듣고 싶다는 답글이 달렸고 나는 다시 초대해 주면 놀러 가겠다고 답했다. 이후 하계휴가 기간에 한번 방문하는 것으로 서로 약속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 4350을 구동한 사례는 모 동호인이 한번 인터넷 동호회에 공유한 적이 있다. 이분과 직접 만나 저녁을 같이 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던 적도 있다. 이분의 기본적인 사상은 JBL이라는 명망 있는
스피커 메이커에서 만든 통과 우퍼는 그대로 사용하되 다른 유닛들은 더 성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JBL 다른 유닛 및 타 메이커 유닛들로 교체하여 최적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역은 JBL 375 드라이버와 HL88 혼으로 교체되었고 고역은 GEM Tweeter로 변경되었다. 앰프는 모두 최신 Hi-Fi로 구성되었다.

이 분의 시스템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아래 사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앰프군이 다르지만 사진상 앰프도 Accuphase, McIntosh 등으로 현대 Hi-Fi 앰프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청음 하기로 약속된 4350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는 황학동이었다. 황학동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겸사겸사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황학동에 가서 중고 책과 레코드를 고르며 모처럼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청음실은 2층에 있었다. 가서 보니 청음실 겸 개발실을 운영하고 계신 박사장님, CORE 앰프를 개발하신 엔지니어 이렇게 두 분이 계셨다. 두 분은 과거부터 죽 알고 지내온 사이였고 박사장의 개발 의지와 엔지니어 분의 보유한 앰프 개발 기술이 맞아떨어져 CORE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사를 끝내고 먼저 4350과 375, 2395 혼의 조합을 들어 보았다. 매칭 앰프는 글의 서두에 적어 놓은 것과 동일했다. 첫 곡을 듣자마자 무언가 잘못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소리로만 재생되고 음이 안정되어 있지 못했다. 채널디바이더나 앰프의 게인에 무슨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앰프 자체의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375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다. 해서 4350의 오리지널로 회귀해서 다시 들어 보면서 문제를 점검해 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될 때는 한 가지를 완벽하게 세팅해 놓고 다른 문제점들을 찾아가는 방법이 유용하다. 의사들도 어느 환자가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때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찬가지의 접근방법을 써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런 차원에서 스피커를 오리지널 상태로 회귀해 놓고 다른 쪽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 봐야 했다. 4350 오리지 말 구성으로 회귀해서 들어보니 동일한 문제가 보인다. 스피커 문제보다는 채널디바이더나 앰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채널 우선 디바이더의 게인을 점검해 보았다. 모든 게인 스위치가 3시 방향이었다. 내가 과거에 유레이 525를 사용할 때는 12시 방향을 넘기지 않았다. 12시 방향을 넘기면 음이 소란스러워지고 뻑뻑해지면서 경질로 변환되었다. CORE의 게인을 건들지 않으면서 유레의 525의 스위치를 음이 안정될 때까지 낮추어 보았다. 여러 음반을 바꾸어 가면서 밸런스를 잡아갔더니 약 10시 방향 정도가 적당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전보다는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음이 정상에 가깝다.


채널디바이더를 정상화시킨 다음 다시 4350과 375, 2395의 조합으로 돌아가서 음을 들어 보았다. 이 소리는 내가 예상한 소리다. 경험이 있으니 무슨 문제점이 있을지 들어보지 않아도 안다. JBL 하츠필드에 쓰였던 초기형 375와는 달리 중기형 375 드라이버는 트위터 없이 쓰면 고역에서 심각한 음의 왜곡이 발생한다. 이점을 박사장에게 설명했더니 바로 나가서 트위터를 빌려 왔다. 그렇다. 거기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황학동이었다. 트위터를 달고 들어보니 음의 전체 인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역시 트위터는 고역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음의 완성에 있어 필수적인 존재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이제 시스템은 안정되었다. 이제 그때의 주인공인 CORE를 냉정히 평가해 볼 조건이 갖추어졌다. 공학적인 지식이 없어 앰프 설계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다만 앰프 속 안을 들여다보니 전반적인 회로 배치가 깔끔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인 CORE의 느낌은 괜찮았다. 4350의 2231 더블 우퍼를 여유롭게 구동해 주었고 중역의 질감도
트랜지스터 앰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고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약간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엔지니어 분의 기분을 언짢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박사장이 Op Amp를 바꾸어 볼 터이니 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평가해 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Op Amp를 바꾸고 다른 것으로 교체를 하고 나니 내가 방금 전 느꼈던 부족한 점이 일거에 해소되었다. 앰프 자체가 바뀐 것 같은 음질의 변화가 일어났다. 동일한 실험을 다른 동호인들에게도 한 모양인데 모두 동일한 평가를 했다고 한다.   

 

박사장은 CORE 앰프를 개발해 놓고 판매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신생 브랜드가 기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때는 유통이나 홍보 등에서 태산 같은 장벽이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제약으로 인하여 당분간은 온라인상에서 입 소문을 통한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정 수준의 성능은 확보했으니 좀 더 정밀한 튜닝을 통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길 기대해 본다. 제품이 좋으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터이니 말이다.


박사장과의 교류는 오래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음의 구름 위에 떠다닌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더위만큼이나 솟구친 마음의 스트레스를 낮추어 주었고, 휴가 끝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참고 : 여기에 쓰인 모든 사진은 박사장님이 제공해 주셨다.

매거진의 이전글 JBL C35 Fairfiel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