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연곡리 서브 시스템
곤지암 연곡리 5도 2촌의 삶을 살고 있는 집에 서브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JBL L200 빈 통을 구매했다. 마침 판매자는 곤지암 집에서 가까운 광주 시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긴 곤지암읍은 행정구역상 광주시다. 시간이 맞지 않아 사진만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판매자가 아주 소상히 상태를 설명해 주었고 실제 용달로 받고 보니 설명과 다르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릴도 없고 상태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 하지만 오리지널 통이라는 것과 외관은 일부 수선하면 좋아질 것 같아 구매를 결정했다.
집안에 들여놓고 차분히 들여다보니 아래와 같이 일곱 가지 할 일이 있어 보였다.
1. 통 왁스 칠하기
2. 우퍼 고정용 나사 구하여 우퍼 달기
3. H91 구멍 막기
4. 전면 배플 검은색 페인트 다시 칠하기
5. 통 받침대 만들고 통에 달 수 있는 바퀴 구매하여 달기
6. 2345 혼 거치대 제작
7. 그릴 프레임을 만들고 천을 구매하여 달기
제대로 된 통이나 유닛이 모두 장착된 스피커를 구매했으면 이런 귀찮은 일을 겪지 않아도 되겠지만 나는 괜찮다. 오히려 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낡은 통이지만 나의 정성과 생각과 발품이 들어가면 애정이라는 신비한 감정이 통에 스며들어 같이 지내기 편해진다. 바로 쓸 수 있는 스피커를 들여놓고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쓰다듬어 주면서 동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나의 분신 같은 존재를 창조하기 위하여 대화하면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재미있다. 다 만들어 넣고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스며있어 특별한 존재가 된다.
1. 통 왁스 칠하기
아래와 같이 먼지가 잔뜩 묻은 통을 가져다 가장 먼저 왁스 칠을 해 주었다. 천연 월넛 무늬목이라 왁스 칠을 해 주니 아름다운 무늬결이 바로 살아났다.
2. 나사 문제 해결하기
위에 열거한 문제 중에서 나사가 구하기가 가장 어려울 것 같았다. 미국 통이다 보니 인치 나사일 가능성이 높고 크기나 직경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도움을 인터넷 동호회에 구했더니 배플 뒤에 달린 가시 너트를 빼가지고 이를 공구상에 가서 맞는 수나사를 구하라는 조언이 올라왔다. 세운상가에서 인치 나사를 팔고 있는 곳을 10년 전에 찾아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청계천 개발로 인하여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더듬더듬 찾아 나갔다. 드디어 비슷한 곳을 찾아냈다. 그런데 오후 6시경 벌써 문을 닫았다. 옆 가게에 물어보니 5시에 문을 닫는단다.
다음날 다시 찾아갔다. 문은 열려 있는데 주인장이 안 계시다. 가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사로 만들어진 동굴이 보이고 그 안에 계시다. 사진으로 보면 그 동굴이 보일 것이다. 불러보아도 반응이 없다.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내게 말했다. 크게 부르라고. 크게 부르니 70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맞다. 10년 전 그분이시다. 가시 너트를 보여주니 측정기를 가지시고 수치를 재보시더니 다시 동굴 속으로 사라지신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나사들 산에서 용케도 찾아내신다. 할아버지 말씀이 인치나사는 청계천에서 이 할아버지 가게만 판단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방부에도 납품을 하신단다. 50여 개를 5000원 주고 사 왔다.
3. H91 구멍 막기
우퍼 장착 홀 바로 위치한 구멍은 LE85 드라이버와 매칭되는 H91혼이 달리는 곳이다. LE85가 가진 잠재력을 더 끌어내기 위하여 2345 혼과 매칭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이 구멍은 막아 버려야 한다.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다가 이곳에 트위터를 달아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3 Way로 확장할 수도 있고 단순이 판으로 막는 것보다는 JBL 유닛으로 막는 것이 시각적으로도 더 멋지기 때문이다. 구멍 직경을 재어보니 JBL 트위터 2402H의 고정용 나사가 달린 직경보다 컸다. 보조 판을 덧대어야 만 했다. 생각해 낸 것이 냄비 받침대였다. 이 냄비 받침대는 대나무 피를 둘둘 말아서 만든 것으로 원형의 결이 있다. 우선 가운데를 파낸 다음 2402H의 직경을 그린 다음 톱으로 원주까지 잘랐다. 결이 있어서 쉽게 원형으로 잘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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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면 배플 검은색 칠하기
페인트 가게에서 흑색을 사 와서 도색하였다. 좀 말끔해졌다.
6. 2345 혼 받침대 만들기
집에서 굴러 다니는 각목을 2345 혼에 나사로 고정하여 간단히 마무리했다. 혼이 통의 상판에 상처를 내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7. 그릴에 대한 고민
나는 그릴이 유닛 전체를 가리는 것을 싫어한다. 애들이 한참 크는 시기라서 유닛 보호의 목적이라면 모를까 아랍 여인들이 히잡을 둘러서 아름다움을 숨기는 듯한 느낌이 싫다. 유닛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투명 그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릴 Frame은 L200 가장자리의 투박함을 가리기 위해서 필요한다.
두 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꽃살문을 응용해 사용해 보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맞춤 제작을 해 주는 곳이 생각 외로 많았다. JBL Olympus와 같은 Concept이다.
하나씩 완성이 되어 가고 있다. 3110 네트워크에 스피커 선을 정성스럽게 연결하였다. 이 3110은 가정용에서 프로용으로 넘어가는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결단자가 프로용처럼 굵은 것이 아니라 1960년대의 좁은 형이기 때문이다. 파워 앰프와 연결되는 스피커 선이 직접 연결이 되지 않아서 보조 단자를 사용했다.
죽 늘어놓고 작업을 하니 마누라님이 한 말씀하신다. 빨리 정리해야 할 듯.
드디어 스피커가 완성되었다. 시청 기는 다른 난에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