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험
2012년 3월 어느 날 JBL L300을 쓰고 있는 부천의 한 동호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L300의 저역과 고역이 불만족스러워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채널디바이더를 활용하여 서브우퍼와 JBL 2445J을 추가해서 듣고 계신다고 했다. 전화로 조언을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 같아 주말에 한번 들르겠다고 했다. 당시 살고 있는 집에서 부천까지는 지척이었다. 동호인 댁에 도착하여 먼저 시스템 연결 관계를 살펴보았다.
L300을 앰프질라라는 앰프를 통하여 싱글 앰핑을 하고 계셨고, 여분의 프리 아웃을 유레이 525 채널디바이더에 보내어 바이 앰핑을 하고 계셨다. 저역은 크라운 K1 앰프를 통하여 아남의 모 스피커 저역에 물려 있었고, 중고역은 Citation 6L6 앰프를 통하여 JBL 2445J에 연결되어 있었다. 2445J는 국내 모 업체 제작 우드 혼에 달려 있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0Hz 근처였다.
레퍼런스 CD로 Luca Colombo위 Plays Beatles, Carol Kidd의 I have a dream, Kate Purcell의 Reason to leave를 들고 갔다. 우선 연결 상태 그대로 들어 보았다. 예측했던 대로의 소리가 나왔다. 2445J를 250Hz 이상으로 울리다 보니 고역의 주파수가 평탄하지 않았다. 그리고 밸런스적으로 보아도 중고역이 너무 강조되어 자연스럽지 못했다. 채널디바이더에 연결된 시스템을 배제하고 L300 만 들어 보았다. 평소에 익히 들어온 소리다. 밸런스가 좋은 대신 약간은 갑갑한 소리다. 혼의 호방함이 아쉽다.
이것저것을 다 체크한 후 처방을 내렸다.
1. 멀티 앰핑으로 가되 현재의 멀티는 포기하고 L300 자체를 멀티 앰핑으로 구동한다. 아남의 우퍼의 저역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역을 혼탁하게 하고 있었다. L300 우퍼만 활용한다.
2. 2445J와 우드혼을 활용하여 L300의 약간은 무미건조한 중역을 보강한다.
3. L300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LE85와 077을 한 앰프로 울린다.
L300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우퍼에 따라 달라지는데, 알리코 우퍼 136A가 채용된 버전이 전기형이고 페라이트인 136H가 채용된 버전이 후기형이다. 금번 시청 대상이 된 스피커는 우퍼를 분리해서 확인해 보니 후기형이었다. 이런 사상 하에서 우선 L300의 저역용 우퍼인 136H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하고 K1을 L300의 덕트를 활용하여 136H우퍼와 직결하였다. 저역과 중역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500hz로 하였다. 중역은 2445J와 우드 혼에 맡겼다. 3000Hz를 크로스오버 주파수로 하여 Citation과 매칭하였다. 3000Hz 이상은 앰프질라를 L300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맡겼다. 3000Hz 정도를 크로스오버 주파수로 한 것은 L300의 LE85가 800Hz에서 7000Hz~8000Hz 정도를 담당하고 있어서 중간 정도를 택해본 것이다.
연결 관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난 후, 새로운 멀티 앰프 시스템에 기대를 가지고 구동해 보았다. 결과는 기대한 대로 나왔다. 혼탁했던 저역이 맑아졌고 좀 더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의 제동력이 현격히 향상되지는 않았다. 약간 퍼지는 맛이 있는데 이는 우퍼 자체의 특성이라고 추정된다. 중역은 활기가 넘치고 싱싱하게 재생된다. 가장 극적으로 개선된 느낌을 받는다. 주인장도 확연히 개선된 소리에 만족을 표현하셨다. 별도의 투자 없이 현재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개선하였기 때문에 더 큰 만족감이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개선 포인트를 상호 정리했다.
1. 고역을 맡긴 앰프질라와 저역을 맡은 K1을 서로 바꾸어 물려보아 저역을 구동력이 더 좋은 앰프를 선택
2. 현재 Citation에 꼽혀 있는 러시아 복각 6L6GC관을 텅솔 고전관으로 교체
3. 고역의 앰프질라 앰프를 질감이 뛰어난 진공관 앰프로 교체. 단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을 가진 앰프를 선택
4. 136H 우퍼는 2215나 2231과 같은 프로용 우퍼로 교체
5. 드라이버도 2440이나 2441 정도로 업그레이드
6. 투자의 우선순위는 돈이 적게 들어가는 진공관 교체를 상위에 두고 드라이버 교체는 가장 후 순위로 둔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동호인 방문을 통하여 서로 토론하고 그 토론을 바탕으로 더 나은 소리를 이끌어 낼 때 음악 감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희열을 느낀다. 실전적인 경험을 통하여 서로 배울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간 오디오 라이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