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5도 2촌, 귀농, 귀촌이라는 용어들이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구분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전원생활이란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다. 5도 2촌도 전원생활 방식의 일부이고 귀농이나 귀촌도 마찬가지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5도 2촌은 도시에 사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주중에는 도시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주말 2일에는 전원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말한다. 귀농·귀촌은 2차 산업이나 3차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기 위하여 농촌으로 이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5도 2촌과 귀농 귀촌과의 차이점
좀 더 세부적으로 5도 2촌의 생활과 귀농·귀촌의 차이점을 6하원칙에 의거 위 표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실행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생활방식 모두 부부가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5도 2촌의 생활에서는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반면 귀농·귀촌은 남자 혼자만 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와 장소라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명확해진다. 5도 2촌은 주말 2일을 전원에서 보내는 반면 귀농·귀촌은 시골에서 상시적으로 사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무엇을 하고 사는가 하는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5도 2촌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별다른 제약 없이 하면 된다. 반면 귀농·귀촌하는 경우 농사일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5도 2촌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함이고 귀농·귀촌은 소일이나 경제활동을 하기 위함이다. 5도 2촌은 시작을 하면 단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반면 귀농·귀촌은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시간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농사가 그러한 삶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5도 2촌과 귀농·귀촌 삶의 방식 차이를 나에게 대입하여 기술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현재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안효상이가 주중에는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용인에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며 보낸다’
‘안효상이는 은퇴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고향인 충청남도의 시골로 내려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논과 밭을 경작하며 소일도 하고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번다’
이외에도 두 삶의 방식은 시작하기 전 따져봐야 할 조건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귀농·귀촌의 조건
김성주 슬로빌리지 대표는 귀농·귀촌의 조건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농촌이나 어촌에 가서 산다는 결정은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적성에 맞아야 한다.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보고 자신이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라고 한다.
1. 건강, 체력이 자신이 있다.
2. 동물이나 식물, 생물 등을 좋아한다.
3. 단순 작업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다.
4.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귀는데 힘들지 않다.
5. 사무실 작업보다는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편이 낫다.
6.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일하면 더 보람과 흥미를 느낀다.
위 문항에서 몇 개 이상이 해당해야 귀농·귀촌 체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의 핵심적인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물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농사일이나 집 가꾸기에 노동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체력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시골 살이란 자연과 가까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동식물을 좋아하면 살기가 좀 편하다. 여기서 동물은 벌레도 포함된다. 세 번째 항목의 성격에 대한 물음은, 농사일은 단순하면서도 꾸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매우 필요함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사교성에 대하여 질문한다. 도시 생활은 개인 생활이지만 시골 생활은 옆집 사람, 마을 주민과 늘 어울리면서 살아야 한다.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하다면 시골 살이는 곤란하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집안에 무언가가 고장이 나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시골 생활에서는 자기 집에 무언가가 고장이 나면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러려면 망치질이나 삽질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남자들도 군대 시절 외에는 삽질 한번 안 해봐서 난감할 때가 있다. 이처럼 많은 부분이 직접 부딪치지 않고는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귀농·귀촌은 실제로 살아보고 체험해 봐야 적성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사일은 전통적으로 품앗이를 통하여 힘든 일을 서로 도와가면서 해왔다. 텃밭 정도는 개인의 힘으로 가꿀 수 있으나 농사를 경제활동으로 하려면 마을 주민들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선택적으로 귀농·귀촌 적성을 체크할 내용을 조언한다면 역시 건강이다. 평소에 지병이 있거나 어떤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의료 시설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적성은 맞는데 몸이 안 따라 주면 곤란하다.
최근에는 고학력자나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출신 귀농자들이 많아졌다. IMF 이후 부쩍 늘었던 생계형 귀농과 2000년대 유행한 은퇴 귀농자의 전원생활 바람이 잠잠해진 반면, 3040세대 젊은 엘리트들의 귀농이 부쩍 늘었다. 귀농인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들도 시행되고 있다.
5도 2촌의 조건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5도 2촌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귀농·귀촌과 다르게 5도 2촌은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도시생활의 보완책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좀 더 수월하다. 5도 2촌의 생활을 고려할 때 기장 먼저 체크해야 할 사항은 부부가 전원생활에 대한 호감을 가졌는지 여부다. 아내의 삶의 장소에 대한 취향은 특히 중요하다. 은퇴 전에 혼자 전원생활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으나 아주 특별한 경우다. 남편이 전원생활을 동경할지라도 아내가 텃밭 일을 싫어하면 5도 2촌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애들이 있는 부부라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애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나이라 주말에 애들을 동반할 수 있든지 아니면 일정 나이가 되어서 도시에 애들을 두고 오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밥을 챙겨 먹고 학원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는 큰애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작은 애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돈 문제는 현실적인 가장 큰 제약이다. 전세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수 억 원의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 월세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돈으로 주말마다 여행을 다녀도 된다는 대안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도시에서는 할 수 없지만 전원에서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어야 한다. 텃밭은 기본이고 이외에 몇 가지 더 특별한 취미 활동이 있어야 한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오디오 취미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래위 집에 피해를 줄까 봐 마음 졸이며 음악을 들어왔었다. 5도 2촌을 통하여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 대음량으로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어보고 싶었다. 목공도 새로 해보고 싶었다.
5도 2촌과 귀농·귀촌은 서로 다른 실행의 조건들이 있다. 귀농은 건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과되지만 치유를 위하여 5도 2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도 2촌의 생활에서는 반드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가 있지는 않으며 일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종합적으로 정리를 해보면, 부부가 전원생활을 원한다는 조건하에서, 애들 교육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재무적인 여력을 가지고 있고, 전원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5도 2촌의 생활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