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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심전 Jan 27. 2023

5도2촌을 위한 살집 고르기

고려해야할 조건들

집 고르기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면 집을 골라보자. 유현준교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아파트는 내 집 같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파트 건물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십 채의 집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는 아파트는 나의 감정과 연동되지 않는단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전세이건 소유이건 간에 아파트와는 다르게 독립되어 있고 돌보고 가꾸어 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돌봄의 대상은 집을 넘어 정원수, 잔디, 텃밭의 채소 등으로 확대된다.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움이나 지겨움 같은 감정의 형성이 이루어진다. 아파트에서는 주인처럼 살면 되지만 주택에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러는 과정을 통하여 주택과 정이 들게 된다. 반면에 아파트는 삶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었다. 집을 가꾸고 돌보면서 정이 들고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공동체가 더 이상 아니다. 단지 가격이 얼마나 상승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이고 언제 팔고 더 큰 집, 또는 더 좋은 학군이 있는 동네로 이사 갈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전원주택을 고를 때는 아파트를 사는 관점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재산의 관점에서 삶의 질이라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집의 소유 형태, 크기, 위치라는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면서 집을 골라야 한다.
  

전세 대 자가 주택
 전원생활을 시작해 보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한 많은 일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전원생활에 대해 품었던 생각들이 달라져 간다. 마음에 들었던 집이 여러 단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웃과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텃밭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점을 몸이 먼저 말해준다. 전원생활의 로망을 가지고 거창하게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중간에 전원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한다. 집을 구하려 부동산에 문의를 해보면 반수 이상이 이런 경우였다.  곤지암에 살 때 바로 윗집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경우였다. 안주인이 풀 뽑기, 집수리 등 전원주택 가꾸기에 지쳐서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고 한다.


집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곤지암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주인이 판다고 하면 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 1층의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여름에 풀과의 전쟁이 힘에 부쳤다. 그리고 난방 문제 등 소소한 문제점들이 계속 드러났다.


충분한 고민이나 경험이 없이 덜컥 주택을 구매해서 5도 2촌의 생활을 시작하면 안 된다. 전원주택은 마음에 안들 경우 매도하기가 힘들다. 특히나 부동산 불경기 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전세로 가볍게 시작해서 전원주택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조건을 체득해 나간 후 은퇴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세 자금은 2억 원 정도를 생각하고 구해보면 된다.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인 퇴촌, 오포읍, 용인과 좀 더 떨어진 양평과 곤지암은 같은 집이라도 5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참조해야 한다.


집을 사겠다고 결정했다면 자녀 교육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고려 요소는 환금성이다. 평생을 전원에서 살겠다고 작정했을지라도 미래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출구는 항상 생각해 두어야 한다. 팔 때를 생각한다면 집 가격은 5억 원을 넘지 않는 편이 좋다. 부동산에 들려서 물어보거나,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가장 거래가 활발한 전원주택의 가격대는 3억 원대에서 4억 원대임을 알게 된다.


마당이 넓지 않은 이층 집을 선택하자

휴식과 재충전을 위하여 5도 2촌의 삶을 산다. 그러나 집과 마당이 크면 주말에 집만 가꾸다가 피곤한 몸으로 도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건평 30평 내외의  이층 집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층 집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아래층은 시원하고 위층은 따뜻하여 계절에 맞추어 주로 사용하는 층을 바꿀 수 있다. 청소도 주로 사용하는 층을 위주로 하여 일손을 덜 수 있다. 또한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일층보다는 이층이 적합하다.

연곡리 주택, 모던하게 지어진 2층 집


마당 크기도 적당해야 한다. 150평이 넘지 않는 대지를 가진 집을 추천하고 싶다. 푸른 잔디를 가진 넓은 정원은 2년 정도가 유효기간인 환상이다. 풀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 지는 직접 부딪혀 보지 않으면 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잡초 근성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우리 부부는 전원생활 초기에 둘 다 손가락 관절염을 앓았다. 단련 안된 근육과 관절로 무리하여 풀을 잡아 뽑다 얻은 5도 2촌의 훈장이었다. 그나마 장마가 시작되면 풀과의 전쟁은 항복 선언으로 끝난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닥친다. 마당에 나가 풀 뽑기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을이 올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중간에 잔디 깎기로 밀어만 준다. 기계로 잔디를 깎아 준다 하더라도 손으로 뽑아야 할 풀은 넘쳐난다.


전원주택 단지 안의 집을 선택하라

전원주택 단지 내에 위치한 집은 홀로 떨어져 있는 집보다 여러 가지 장점 있다. 우선 잔디 깎기 기계, CCTV 같은 방범 시설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비나 시설이 있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밤에 무서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홀로 떨어진 집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단지 내 구성원들과 나눔과 소통을 실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미르마을에서는 일 년에 세 번 마을 축제가 열린다. 대보름에는 달집 태우기, 5월 영산홍 축제, 한가위 축제가 개최된다. 마을 경비로 뷔페와 바비큐가 준비되고 윷놀이, 게이트볼 등 게임을 한다. 쌀이나 김 등 푸짐한 상품도 있다. 봄가을에는 골프 모임도 있다. 

미르마을 주택,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안에 위치


난방 시스템

집의 난방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전원생활이라는 특수 상황에 맞추어 고려해야 한다. 겨울철 금요일 저녁에 주말 주택에 도착했을 때 난방 시스템이 심야 전기라고 생각해 보자. 저녁 10시부터 물이 데워지기 시작하고 새벽녘이나 돼야 방바닥에 온기가 느껴진다. 그전까지는 전기 온풍기와 전기담요로 버텨야 한다. 나의 첫 전원주택이었던 곤지암 주택이 그러했다. 5도 2촌의 전원주택은 석유나 도시가스 난방이 심야 전기 난방보다 더 적합하다. 장작을 땔 수 있는 난로는 보조 난방기구로 유용하며 또한 따뜻한 집안 분위기 조성에 한몫한다. 하지만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펴라
 
집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도 꼼꼼하게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피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고압 전선이 마을 주변을 통과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고압 전선 밑에 사는 분들의 암 발생 빈도가 높다는 보도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100% 실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위험 부담을 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한 주변에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의 존재, 축사, 양계장 등의 유무, 묘지가 있는지 여부도 꼼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만 오래 하기보다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몇 군데 부동산에 예약을 잡고 직접 나가 봐야 한다.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상황에 맞추어 점검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설정하고 점수를 매기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선택을 선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많은 집을 보고 다니다 보면 맘이 끌리는 집이 나타나게 된다. 선택은 내가 했지만 흔한 표현처럼 집이 우리를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보이지 않은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인연의 중력장이 우리를 끌어당겼건 간에 그런 집을 만난다면 큰 행운 임에 틀림없다. 전원주택은 나의 삶과 함께 살아 숨 쉬는 파트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
 5도 2촌을 위한 집을 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그 집에서 무엇을 할지, 어떤 삶을 보낼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전원생활은 일과 휴식이라는 날실과 씨줄로 천을 짜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실의 양이 부족하거나 부실하면 천이 제대로 짜이지 않는다. 직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를 먼저 사는 행위는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집부터 먼저 사는 행위와 같다. 물론 전원에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내용을 보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취미는 이론을 이해하고 기술을 습득하려면 최소 몇 개월에서 일 년이 넘게 걸린다. 껍데기보다는 알맹이에 대한 공부와 습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내가 5도 2촌을 시작할 때 오디오라는 취미는 30년, 독서는 10년 이상 지속해 오고 있었다. 텃밭도 서울 근교에서 경험해 보았고 정원 손질은 세종시에 있는 본가에 내려가면 줄 곳 하던 일이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필요에 의해 새로 습득한 기술이 목공과 드립 커피 내리기 정도였다. 머리와 몸속에 확실하게 새겨지고 익혀진 취미를 일상적으로 즐기면서 새로운 활동을 추가하여 다양성과 신선함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계절과 시간을 나누어 생각해 보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구비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농사가 끝난 겨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텔레비전 시청 외에 할 일이 없다면 주말에 꼭 시골에 내려올 필요가 없다. 주말 주택의 활용도다 낮아진다. 밤 시간도 마찬가지다. 휴식 외에 가볍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집 내부를 볼 때 몇 가지 체크 사항을 가지고 본다. 그중에서 최우선 순위를 두는 항목은 오디오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의 넓이와 구조다. 내가 가진 오디오 시스템이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지를 확인한다. 문의 구조 벽의 재질이 오디오를 틀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젊은 시절 디스코댁에서 들었던 그 음량으로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었다. 대도시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전원주택을 구해서 맑은 공기 마시며 텃밭 가꾸고 잔디 깎으면서 보내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사람들은 십중팔구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이 정도의 욕망은 일 이년 정도 되면 충족되고 조금 더 지나면 심심 해지고 무료 해진다. 할 일이 더 있어야 하고 준비를 해서 시작해야 한다. 뒤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나는 텃밭과 정원 가꾸기에 더해서 오디오, 독서, 목공, 글쓰기, 산책들을 섞어서 다채롭게 생활을 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비빔밥 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경험한 5도 2촌의 생활을 반추해 보면 어디서 몇 년을 살았는지 보다는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아내와 같이 만들어 냈던 추억들과 경험들과 인연들을 더 소중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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