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5도 2촌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5도 2촌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귀농·귀촌과 다르게 5도 2촌은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도시생활의 보완책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좀 더 수월하다. 그러나 장애물들도 만만치 않다. 아래 질문들에 대하여 스스로 대답을 해 보고 5도 2촌을 실천할지 여부를 결정해 보시기 바란다.
부부가 진정으로 전원생활을 원하는가
5도 2촌의 생활을 고려할 때 기장 먼저 체크해야 할 사항은 부부가 공통적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호감을 가졌는지 여부다. 아내와 남편 둘 중에 하나라도 전원생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5도 2촌의 생활을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도시의 편리함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시골에서 농사일을 고되게 하고 자라서 시골 생활은 고단하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텃밭 경작조차도 여가활동이 아니라 노동이 된다. 유튜브에서 전원생활에 대한 영상을 시청해 보거나, EBS의 ‘건축탐구 집’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남편이 5도 2촌을 추진하고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했다는 내용이 많다. 물론 방송에 출연한 아내는 살아보니 좋은 점을 알게 됐다고 얘기하지만 방송에 나오지 못한 반대의 경우도 많이 들어보았다. 그래서 아내의 삶의 장소에 대한 취향은 특히 중요하다. 은퇴 전에 혼자 전원생활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으나 아주 특별한 경우다. 남편이 전원생활을 동경할지라도 아내가 텃밭 일을 싫어하고 벌레를 무서워하면 5도 2촌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우리 부부의 경우 나고 자란 곳이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시골집에서 자랐다. 이후에는 대도시에서만 살았다. 시골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회피해야 할 장소가 아니라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아내는 서울 토박이다. 그런데도 유독 시골의 정취와 소박한 음식을 좋아한다. 고구마와 옥수수는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5도 2촌의 생활을 하기 전에도 일산에 텃밭을 구해서 각종 채소를 기르곤 했다. 5도 2촌의 생활도 아내가 강력히 원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각종 협오동물과의 동거를 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내가 아내를 위해 해 주는 일 중에서 아내가 진심으로 가치를 인정해 주는 부분은 벌레 퇴치다. 아내는 파리조차도 잡지 못한다. 파리채에 파리가 으스러지는 느낌에 질겁한다. 5도 2촌의 생활도 내가 벌레를 전적으로 잡아 준다는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마당에서 풀을 뽑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공포영화 스크림에서 나오는 비명을 지르면서 호미를 내 던지고 다른 곳으로 피신한다. 배추벌레는 아내가 찾아 주면 내가 젓가락으로 잡아 내어 처리했다. 방안으로 무단 침입한 거미, 쥐며느리, 무당벌레를 내가 처치해 주지 않으면 그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심지어 남자들 중에서도 일부는 벌레를 무서워하며, 잡기는커녕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벌레에 대한 공포증은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 어렵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벌레들과 지속적으로 마주쳐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부부 중에 한 명은 또 다른 생명체와의 동거에 대해서 너그러워야만 5도 2촌의 생활을 무리 없이 해 나갈 수 있다.
전원생활을 할 체력은 비축되어 있는가
‘갑자기 왜 체력이 거기서 나와’라고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휴식과 충전을 위하여 5도 2촌을 고려하고 있는데 체력이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 있다. 실제로 5도 2촌의 생활을 해 보면 몸을 써야만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고, 도시 생활자가 힘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뙤약볕에서 한 시간 정도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아 보면 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방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텃밭 가꾸기, 정원수 손질, 바비큐, 화단 가꾸기 하나하나가 체력을 요구한다. 주말 이틀을 체력적으로 무리하고 나서 월요일에 출근하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도시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력을 충전하기 위하여 시작한 전원생활이 자칫하면 에너지 방전의 시간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애들이 있다면?
애들이 주말에 학원에 다녀야 할 나이라면 5도 2촌의 생활을 시작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일정 나이가 되어서 도시에 애들을 두고 오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어야 마음 편히 집을 나설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큰애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작은 애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여유 자금은 마련할 수 있는가
돈 문제는 현실적인 가장 큰 제약이다. 전세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수 억 원의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 월세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돈으로 주말마다 여행을 다녀도 된다는 대안이 있다. 전원주택 구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1 가구 2 주택으로 인한 세금 문제가 심각하고, 매물이 많아 구입은 수월하지만 돼팔기는 너무 어렵다. 결국 자금 여력 내의 전세 형태가 5도 2촌의 생활에는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우리 집도 애들 교육에 월급의 상당 부분을 지출했다. 자금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큰 애가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였다. 미래에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여유 자금 흐름을 감안하여 대출을 받았다. 여기에 기 확보한 여유 자금을 합해서 전세 자금을 마련했다.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가
텃밭을 가꾼다. 그곳에서 상추를 따서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싶다. 5도 2촌의 가장 큰 로망일지 모르겠다. 용인 미르마을 앞집에 살던 부부가 집을 매물로 내놓았길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이 가벼운 듯 무거웠다. 집 마당에서 고기를 원하는 만큼 구워 봤기 때문이란다. 이제 전원에서 욕구를 충족했으니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5도 2촌 초기에는 텃밭 가꾸기와 바비큐 파티로도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년 차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주말 2일의 삶에서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11월과 3월 사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기에 할 일이 없어 무료해지기 십상이다. 도시에서는 할 수 없지만 전원에서는 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있어야 한다. 텃밭은 기본이고 이외에 몇 가지 더 특별한 취미 활동이 있어야 한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오디오 취미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래위 집에 피해를 줄까 봐 마음 졸이며 음악을 들어왔었다. 5도 2촌을 통하여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 대음량으로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어보고 싶었다.
목공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다. 전기톱과 전동 사포를 쓰면 소음이 심하게 난다. 아래위 집에 피해를 주기 쉽다. 작업 공간도 좁다. 전원생활을 하면 목공을 소음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 볼 수 있다. 나는 전원에서의 목공을 위하여 3개월 간 목공 강습을 들었다.
사내 블로그에 5도 2촌의 생활을 3부작으로 나누어 개제한 적이 있다. 이 글을 보고 평소에 5도 2촌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이 문의를 해왔다. 상대방이 5도 2촌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면서 상담을 시작했다. 부부가 모두 전원생활을 원하는지, 곤충은 무서워하지 않는지, 체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여유 자금은 마련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직원들마다 답변은 다 달랐지만 공통적인 사항이 하나 있었다. 아내가 벌레를 무척이나 무서워한다는 점과, 주말에 무슨 일을 할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부 합의, 곤충, 체력, 자금 등은 5도 2촌 생활의 조건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가장 중요한 사항인 무슨 일을 하고 살지에 대해서 숙고하시라고 조언했다. 5도 2촌을 통하여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고 재충전한다. 재충전의 방법은 단순히 휴식과 바비큐가 되어서는 안 된다. 5도 2촌의 생활에서 추억을 쌓아 올리고 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천해야 참다운 전원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