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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촌부 Jun 19. 2023

야생 돼지감자의 출현..

작은 일도 스스로 큰 걱정으로 만들었던 삶



월요일 오후

크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지낼만합니다.

3년 동안 잡초로 가득하던 집 입구 언덕길에 처음 본 잡초(?)가 자라더군요.


곡괭이로 제거를 하려고 하는데..

집 앞 논물을 살피시던 어르신께서 '뭐 혀?' 질문을 하십니다.

잡초를 제거한다는 제 답에 그 어르신은 손사래를 치십니다.

'아녀~아녀~ 야생 돼지감자구먼.. 제거하지 마~~'



제 입장에서는 정말 신기합니다.

돼지감자 씨를 뿌린 적도 없는데 어떻게 군락을 이루는 것처럼 자라는지?

안 그래도 돼지감자를 키우고 싶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매년 시기를 놓쳤습니다.




텃밭을 한번 둘러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방울토마토 한 개가 붉게 보입니다.

올 첫 수확(?)하는 방울토마토입니다.

모종을 사다가 심고 지주대를 세우고 가물다 싶으면 물도 주고..

그래서 그런가.. 별 거 아닌 방울토마토 한 알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슬슬 방울토마토가 익으면 가지와 오이도 덩달아 익어 갈 겁니다.

줄줄이 사탕식으로 앙징맞은 애플수박 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기대를 해 봅니다.

아직도 배울게 많은 귀촌의 삶이지만 나름 제게는 소중한 삶입니다.


아등바등 살면서 주변분들에게 넉넉하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이켜지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물리적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내 이성과 감성이 

순간순간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속도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사치스러운 바람일까요?

삶의 시간을 공유하다가 떠나갈 사람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열지 못했었다는 것,

마음은 언제나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잡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쉬운 일이지요.


온갖 먹거리가 풍요한 요즘은 마트에 가면 싱싱한 채소와 먹거리가 넉넉하여

귀촌의 삶은 초라하게 보일 수 있을 겁니다.


타인이나 지인들의 시선은

이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존중 까지는 아니지만..




시원한 바람이 넉넉한 집

누구에게 보여 주는 집이 아닌..

내 마음이 편한 집이 온전한 내 집은 아닌지?


텃밭에서 방금 따온 상추는 쌈을 싸 먹고

보리밥에 고추장 쓱쓱 비벼서 먹다가
지나가던 낯선 이 가 함께 와서 자리해도 좋고요~


그 낯선 이 가 왜 초라하게 사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 말 없이 웃을 겁니다.


본인 스스로 자의에 의하여 작은 일도 큰 걱정으로 만들면서 살았던...

예 전의 내 초라한 내 모습이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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