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께서 검정 비닐봉지를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귀찮다고 대충 식사하지 말아'
비닐 포장을 풀으니 청국장 고유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유년시절부터 할머님께서 청국장을 따듯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어서 띄울 때
가끔 그 이불을 들춰서 냄새를 즐기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도 유별난 녀석이었습니다.
우선 쌀뜨물에 신김치부터 넣고 끓이면서 내장을 뺀 볶은 멸치를 넣습니다.
두부를 깍두기처럼 썰어서 대파와 양파를 함께 준비를 합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된장 조금 넣고 두부와 대파 양파 간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 후에
맨 나중에 청국장을 잘 풀어서 넣어주면 완성입니다.
뭐.. 힘들 거 하나 없는 청국장 맛나게 끓이기입니다.
요즘은 맛보기도 힘든 옛날 방식으로 만든 청국장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두 공기나 비웠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나니 거실에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해서 환기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
잠시 개구쟁이 시절로 순간이동을 합니다.
겨울방학이면 할머니의 반 강제 호출로 내려갔던 시골이 어린 시절에는 너무 싫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전기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밤이면 화장실을 가는 게 너무 무섭기도 했고..
아버지의 엄명인 미꾸라지 잡아 오는 게 정말 징그럽고 싫었습니다.
시골로 출발하기 전 날,
어머니는 차비 분실방지 차원으로 제 빤쑤(팬티) 안쪽에 돌아 올 차비를 꿰매주셨지요.
그 당시에는 마장동 터미널서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에서 또 한 번 갈아타고 이천까지 갔습니다.
중간중간 버스가 멈추면, 남자 차장 형은 개울가에서 물을 떠다가 라디에이터에 물을 붓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면서 달리던 버스.. 겨우 도착을 하면, 마을까지 먼 5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할머니께 드릴 선물.. 어린 녀석에게는 무리인 짐들..
짐의 무게보다는 낮이지만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 길을 걷는 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특 히 성황당을 지날 때에는 두 눈을 꼭 감고 뛴 기억이 납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온통 요 녀석의 세상이었습니다.
사촌 동생 녀석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고..
사촌형이 만들어 준 철사 썰매를 타다가 재미없으면 꿩 잡으로 산으로 싸돌아 다니고..
할머니 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때서야 배고픔을 느끼고 욘석은 할머니 댁으로 쪼르르 달려갑니다.
동네에서 호랑이 할머니로 통 하시던 울 할머니..
저는 그 당시 왜.. 울 할머니가 무서울까.. 궁금했습니다.
늘 저만 보시면 얼굴을 비비시고,
투박한 손으로 '아이고~도토리 같은 녀석~'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하셨는데..
저녁 밥상이 나오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온 방안을 휘감습니다.
할머니는 큰 고봉에 청국장을 비벼서 주시면, 밥 한 톨 안 남기고 싹~싹~ 다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청국장 냄새라...
제가 어떻게 그 청국장 냄새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입증할 수 있겠습니까....
그 시절에 맞는 감각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청국장 고유의 냄새가 주는 정서를..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 이해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 냄새에 덧입힌 추억의 무게를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해를 할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에게 예 전의 맛을 권유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래식 청국장이 뜰 때나, 끓일 때 나는 퀴퀴한 냄새는 온 집안 구석구석까지 진동을 합니다.
겨울이면 아랫목에서 띠우던 청국장 냄새가 그리워집니다.
제게는 추억의 냄새입니다.
다시는 먹어 보지 못할 울 호랑이 할머님 표의 청국장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호랑이 할머니 ~~
올 겨울 방학 때에는 요 개구쟁이 녀석 꼭 내려갈게요 ~~
구수한 청국장 끓여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