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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26. 2024

브런치 기능 개선

엊그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수정해서 재발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글을 수정하고 발행 기능을 누르다가 그만 바로 옆의 삭제 기능을 누르는 바람에 글이 삭제되고 말았다.


브런치에서 발행한 글이 삭제되면 다시 바둑처럼 그 글을 복기하는 것은 어렵고 싫증도 난다. 그냥 글을 복기하지 않고 버릴까 생각하다 고민 끝에 글을 두 번이나 다시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나이가 들고 보니 손가락 누름이 정밀하지 않고 또 분명히 발행 기능을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삭제 기능을 눌러서 글이 삭제되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어찌 되었든 똑같은 제목의 글을 세 번에 걸쳐 써서 브런치에 발행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사람의 기억력은 참 묘한 것 같다. 매번 똑같은 주제의 글을 쓸 때마다 글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서다.


글 주제는 같은데 떠오르는 생각이 달라져서 글을 쓸 때마다 다른 내용을 추가하거나 기존 내용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단어 선택이나 문장과 문맥의 흐름이 뒤바뀌면서 전체적인 뜻만 비슷하게 유지된다.


브런치 기능을 잘못 눌러 삭제되는 순간은 내가 지금 무엇을 했나 하는 좌절감과 한참 이어오던 이런저런 생각이 사라지면서 머릿속은 텅 비어버린다. 브런치에 발행된 글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 잠시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정신적으로 혼돈의 상태에 빠진다.


글을 다시 써야 하나 하는 막막한 생각도 들고 삭제된 글이 과연 바둑처럼 복기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막상 글을 써보니 팔 할 이상은 복기가 되었다.


브런치 삭제 기능 덕에 몇 번의 글을 쓰면서 글쓰기도 복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에 대하여 어느 정도 습관이 형성되어 있어서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이 삭제되었을 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대폰이나 컴퓨터 휴지통에 혹시라도 글이 남아 있을지 몰라 이곳저곳 한참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브런치에서 삭제된 글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글을 원망하며 같은 주제의 글을 세 번에 걸쳐 복기해서 썼다. 그러는 과정에서 글 쓰는 속도가 좀 빨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글을 삭제한 경험은 처음은 아니다. 몇 달 전에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나서 수정해서 재발행하다 삭제 기능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글이 삭제되어 복기하는데 애를 먹었다.


사람의 기억력은 일정한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발행한 글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것 같다. 글의 내용이 조금 달라져서 그렇지 주제와 내용은 흐트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복기하게 된다.


이번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삭제하는 경험을 하면서 글을 많이 써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많이 써보지 않으면 발행한 글이 삭제되면 난감해하면서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지를 몰라 허둥거린다.


그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글쓰기의 필력이 약간은 상승한 것 같다. 글은 잘 쓰든 쓰지 못하든 그저 열심히 부지런히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비결이다.


그리고 글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 하지만 속도감 있게 써야 한다. 주제와 관련한 생각과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글을 쓰는 속도는 빨라진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단숨에 한 번에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일필휘지로 한 번에 써 놓고 주제나 소재와 관련한 것을 추가할 것인지 글의 배치가 시간이나 사연에 얽히지 않고 순서대로 연결되었는지 하는 것을 생각하며 다듬으면 글의 초고는 대충 완성된다.


요즈음 글을 쓸 때 잠재된 감정과 생각이 폭발한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쓰기 위해 주제와 관련한 것을 향해 마음을 집중해서 몰입하면 순간적으로 주제와 관련한 내용이 떠오르면서 손가락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참에 브런치를 운영하는 운영진에게 할 말이 있다. 브런치 기능에서 발행과 삭제 기능을 좀 분리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브런치 서랍에서 글을 쓰거나 발행된 글을 수정하다 삭제 기능을 잘못 눌러 글이 삭제되면 삭제된 글을 모을 수 있도록 휴지통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나이가 들어 손가락이 둔해져서 발행이 아닌 삭제 기능을 종종 누르는 신세다. 아마도 나만이 이런 경험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발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고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브런치에서 발행과 삭제 기능을 좀 떨어트려 주고 가끔 잘못하여 저장이나 발행 대신 삭제 기능을 누르더라도 브런치에 휴지통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삭제된 글을 찾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나와 같은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글쓰기에 매진할 것 같은 생각에 건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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