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청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강의를 하러 갔다. 청주공항에서 비행기 출발 지연으로 도착시간보다 30분이 늦게 도착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5번 게이트 앞에 가서 800번 공항리무진을 타고 서귀포로 가려고 하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부의 공공기관이전 추진에 따라 제주 서귀포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정부 부처의 교육기관이 이전해서 교육을 받으러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 끝에 서서 한 10여분을 기다리자 공항리무진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제주의 공항리무진은 서울과 달리 승차하는 사람이 버스의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넣는 구조다. 나는 트렁크에 넣을 짐은 없었지만 버스 트렁크는 운전기사가 열고 짐을 싣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제주는 다른 문화다.
자기가 운전하는 차의 관리는 자신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잠시동안 우왕좌왕하면서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탑승한 뒤 나도 간신히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 탑승하면서 기사에게 영수증을 발급해 달라고 하자 버스기사가 머뭇대다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며 얼버무린다. 서귀포에 도착해서 영수증을 받으려 했지만 그냥 포기하고 버스에서 내려 교육원으로 걸어갔다.
이튿날 교육원 직원에게 영수증 사정을 말하자 제도가 바뀌어서 버스 회사에서 영수증 발급을 안 해주니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캡처한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한다.
공항리무진 버스를 영수증을 받기 위해 탄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원하면 발급해 주는 것이 정상인데 버스 기사의 엉뚱한 행동과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버스 회사의 사정이 이러저러해서 달라졌으니 이해해 달라고 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는데 이유를 정확히 들을 수 없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제주가 관광지라면 마땅히 서울보다 나은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 그런데 묵묵부답의 답이 없는 무개념의 문화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간 제주를 많이 찾아가서 좋아했던 기억이 하나의 행동으로 인해 바뀌었다. 제주의 모든 것에서 좋은 기분과 감정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앞선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가 곧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외교관이 되어야 한다.
어느 도시 어느 관광지나 그곳에 살거나 근무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는 곳 또는 근무하는 곳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표출하고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나 관광지가 그 지역이나 고장을 대표하고 나아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나 관광지로 성장할 수가 있다.
하나를 보면 열개를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한 사람의 행동은 곧 그 도시나 지역 사람의 행동이나 마음과도 같다.
제주의 사랑은 육지에 사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제주에 사는 사람의 몫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 제주를 사랑하지 않는데 제주 밖에 사는 사람에게 제주를 사랑해 달라고 하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번에 교육원에 강의하러 두 번째 가는 길인데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한 행동과 모습을 만나고 싶다.
사람은 첫 번째 잘못을 하면 바로 고치면 회복하기 쉽지만 다음에 또다시 같은 모습을 만나면 실망을 넘어 희망을 잃게 될까 두렵다.
제주에서 만난 버스 기사의 행동과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봤다. 나도 혹시 남에게 내 행동이나 모습을 통해 불편을 끼치거나 실망을 드리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금년도 연말에 제주인재개발원으로 다시 강의하러 가야 하는데 그때는 공항리무진 버스 기사가 어떤 모습과 행동으로 나를 맞이하게 될지 그날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