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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Nov 05. 2024

시간의 간섭

제주 서귀포의 인재개발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중이다. 버스에서 제주의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파랗고 한라산을 비롯한 산천은 녹색으로 우거져 있다. 제주도가 좋은 것은 리무진 버스가 달리는 도로에서 너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섬 주변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어 제주는 올레길을 걷든 버스를 타고 가든 마음은 저절로 상승한다. 오늘로써 금년도 인재개발원 강의는 끝이 났다. 육지에서 제주까지 3시간을 강의하러 오고 가는 여정이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 강의가 어떻게 끝이 났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교육원이 서귀포에 있어 교육을 받으러 가강의를 하러 가마음을 먹고 바다를 건너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행기나 배를 필수적으로 선택해서 바다를 건너야 한다.


오늘따라 공항에 도착해서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무슨 연유로 무슨 사연으로 제주를 찾아오는지는 모르지만 공항의 게이트마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번에 제주로 강의를 하러 가는 길과 오는 길은 지루하고 번잡했던 것 같다. 청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서 리무진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버스를 타고 가려는 사람들이 오십여 미터를 줄지어 있었다.


그렇게 버스 한 대를 보내고 삼십여분을 더 기다려서야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서귀포 공무원연금관리공단정류장에서 내려 인재개발원을 찾아가는데도 길을 잘못 들어 잠시 헤매저녁 7시 30분경에 도착했다.


인재개발원에서 숙소를 배정받고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부랴부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제주는 여행 삼아 여유롭게 갔다 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일정을 방해하는 시간이 수시로 간섭해서 힘이 들었다.


강의 여행 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톱니바퀴에 이물질이 것처럼 몇 번을 삐걱거리며 느리고 지루하고 더디게 진행되었다. 강의를 마치고 제주에서 청주로 돌아오는데도 비행기가 청주공항에 와서 군사훈련으로 인해 하늘에서 십여 분간을 지체하다 공항에 착륙했다.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란 흐름은 사람이 어쩌지 못하고 그저 다가오는 대로 맞이하고 기다려 줄 수밖에 없다.


인재개발원에서 강의 3시간을 위해 이틀간이나 몸으로 고생하고 나니 강의에 대하여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무시할 없어 자가용과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제주까지 찾아가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번잡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 번잡한 시간에는 늘 누군가가 세상을 조정하듯 간섭을 해서 시간을 더디고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가게 한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것은 아니지만 공항은 물이 스펀치에 스며들 듯 시간을 잡아먹는 곳 같다. 공항에서 한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공항 밖에서는 한 시간이 더디고 마디게 흘러가는데 공항에만 가면 시간은 밀물이 빠져나가듯이 빠르게 간다.


커다란 비행기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공항의 창밖을 바라보며 출발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다. 국제선이나 국내선이나 비행기가 공항에서 움직일 때면 시간도 비행기를 따라가는 것인지 시간이 흘러간다.


오늘도 시간에 맞추어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시간에 얽매어 가는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삶의 순간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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