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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라나 Apr 06. 2022

내 남자의 명품 취향

by 라나라나

 

 

신랑과 연애할 때의 일이다.

우리 신랑은 전형적인 교회 오빠 스타일이었다

항상 '오빠가 해줄게.'를 입에 달고 사는 착하고 선해 보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오빠는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연애를 거의 안 해봤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하지만 티 남) 마음은 잘해주고 싶어도 아는 게 없어서 해줄 수가 없었다.

 

내 나이 28살, 신랑 나이 30살에 연애를 시작했는데 첫 백일에 난 백화점에서 오빠의 백팩과 커플 지갑을 준비했고, 오빠는 문구점에서 커다란 곰인형을 사 오셨다.

그때부터 우리의 취향은 계속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빠는 순두부찌개를 먹고 싶어 했고, 나는 파스타를 먹고 싶었다.

오빠는 운동하러 가고 싶어 했고, 나는 서점에 가고 싶어 했다.

오빠는 홍콩영화를 좋아했고, 나는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했다.

그렇게 다른데도 우리는 신나게 연애했다.

오빠는 늘 나를 웃겨주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그런 게 아닌데 그게 더 웃겼다.

하지만 선물은 웃기지 않았다. 자꾸만 문구점에서 사 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만 어른스러운 선물을 받고 싶었다.

백화점 선물이 받고 싶었다.

 

오빠에게 슬쩍 

"오빠. 혹시 백화점에서 아는 명품이 있어? " 물었더니,

"내가 예전에는 패션을 좀 아는 남자였거든. 명품 구두도 사 본 적도 있어. 명품은 일층에 쫘악 있잖아."

"그렇지 그렇지. 어디 거?"

"무크."

아 정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

같은 일층이 그 일층이 아닌데. 무크도 이벤트 행사장 일층에 있긴 했던 것 같다.

 

한 번 더 물었다.

 

"아 그럼 혹시 여자들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는 아는 거 있어? 제일 쉬운 거 두 글자. 그건 알지? 

왜 이렇게 C 자가 서로 반대로 겹쳐서 있는 그거. 막 향수도 있고. 화장품도 있고. 알아 알아?"

 

"어. 알지. 두 글자잖아."

"그래그래. 힌트. 불어야."

"어 알지. 불어."

(그래그래. 누나가 셋이나 있는데 그건 알겠지. )

"말해봐. 오빠."

 

" 드봉."

 

아.. 드봉은 뭘까요. 비누 아니었나요.

드봉과 샤넬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드봉은 비누계의 샤넬인가요.

 

그날도 신랑은 나를 웃겨주었다. 웃기려고 한 건 아닌데 또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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