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port taxi ....?"
나의 뻔뻔하고 하찮은 영어에 입국장 직원은 귀찮은 표정을 하고 손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입국장 문을 지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시작부터 한껏 움츠러든 채 여행 가방을 끌고 치앙마이의 입국장을 나섰다.
늦은 밤의 입국장은 한산했고, 상점의 문은 다 닫혀있었다. 내가 갈 곳은 오직 나의 선택만으로 정해진다는 것이 겁났지만,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기에 머뭇거릴 수 없었다. 직원에게 호텔 주소를 보여주자,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종이에 적힌 출구로 걷다 보니 점점 더 치앙마이의 밤이 피부에 와닿았다.
축축하고 눅눅하고 후끈거리는 밤공기에 나는 덜컥 외로워졌다.
“집에 가고 싶다.”
택시 안에서 본 치앙마이의 밤은 생각보다 더 캄캄했고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의 간판은 두렵기만 했다. 한참을 달려 택시가 멈추고, 사진으로만 보던 호텔의 현관 앞을 보았을 때 낯익은 그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치앙마이 전통 의상을 입은 지배인은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체크인하고, 조식 메뉴를 정하자 지배인이 방으로 안내했다. 2층의 맨 끝방의 문을 열어주는데, 어둠 속에서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흘렀다. 피곤함에 쩔은 나를 배려해 다른 설명 없이 키를 주며 지배인이 말했다.
“오래 머물러서 특별한 방을 준비했어요.”
영어로 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나의 첫 번째 호텔방은 높은 킹사이즈의 침대와 소파가 있는 방이었다. 좋았지만 낯설었다. 마음속에서는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계속 반복됐다.
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나자, 새벽이었다. 집에서라면 이미 잘 시간이었다. 침대에 누워 어두운 방 안을 바라보니 세상에 정말 나 혼자라는 것이 실감났다. 카톡을 열어 친구들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구글 지도를 보았다. 나를 나타내는 파란 점이 치앙마이의 올드타운 안에서 숨 쉬는 것처럼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이 여행 정말 괜찮은 걸까? 혼자라는 것이 후회되거나 슬퍼지면 어떡하지? 괜찮다고 한 것들이 안 괜찮아지면 그때는 어떡하지?’
인생의 첫 번째 해외여행. 혼자서 하는 자유여행. 치앙마이의 밤은 잠들 수 없는 낯섦으로 가득했지만 내 몸은 피곤에 지쳐 있었다. 너무 높고 너무 큰 침대 끝에서 익숙하지 않은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스르르 잠들었다.
첫 번째 감각은 커튼 사이로 들어온 반투명한 햇빛이었고, 새소리였다. 그다음에는 방 밖으로 들리는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얼른 씻고 머리만 살짝 말린 후 계획했던 대로 편의점을 찾아 나섰다. 사야 할 것을 생각하며 골목을 나서는데 아침 시간인데도 더위가 몰려왔다.
공기는 매캐했다. 물가 양옆의 도로를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도로와 나무, 건물의 벽에도 달라붙은 것 같은 매연의 냄새가 치앙마이 첫날의 냄새였다.
첫 번째 미션은 신호등이 없는 찻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치앙마이의 문화적 특징 중에 하나가 눈치 잘 보고 무단횡단하는 거라는 말을 많이 들은 터다.
용기를 갖고 잘 살피고 첫 번째 찻길을 건너자, 호수인지 개천인지 모를 물길이 나왔다. 두 번째 찻길은 첫 번째보다 쉬웠다. 편의점에서 나와 다시 그 길을 건널 때는 벌써 익숙해져 있었다. 좁은 강을 사진으로 찍을 여유도 생겼다.
무사히 할 일을 해내고 나자, 다시 호텔로 돌아올 때는 내 집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조식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아서는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 호텔의 모든 것이 좋아졌다.
작은 수영장도, 초록빛 나무와 빨간 파라솔, 열쇠고리, 작은 접시에 놓인 작은 잼과 버터까지 마음에 들었다. 꽃과 어디선가 흘러오는 맡아본 적 없는 향기와 물이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야외 마당이라 밀려드는 후끈후끈한 더위조차도 견딜 수 있었다. 사진을 한창 찍는데 직원들이 조식을 가져왔다.
“사와디카!”
미소가 가득한 인사말에 나는 여행의 첫날이 완벽할 거라고 생각하며, 답했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