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꼬마는 이륙의 순간에 과자를 먹으며 태블릿을 본다. 나는 안경 통을 꽉 잡고 아무것도 아닌 두려움을 그저 두려워한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내 집은 내가 돌아왔을 때
그대로일까?
기체가 흔들릴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출근하는 길에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인천에 사는 덕분에 하늘을 볼 때면 날아가는 비행기를 쉽게 마주쳤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비행기는 언제나 내가 꿈꾸는 곳으로 향하는 것만 같았다.
반짝이는 햇살이 가득한 어느 나라의 아름다운 도시. 조약돌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아름다운 바닷가. 가끔은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바닷가 노을 아래, 내가 있는 것을 꿈꾸어 보았다.
지금 나는 비행기를 탄 채 밤하늘을 날고 있다. 그런데 밀려오는 감정은 오직 두려움이다.
창밖의 어둠은 가깝고, 저 아래 무수히 빛나는 불빛은 너무 멀어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이 두려움은 나에 대한 자신 없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자신 없다. 못생겼다. 아니 못났다. 그 어느 곳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꿈은 저 위에 있고 현실은 바닥에 납작 붙어있다.
비행기가 한 번 덜컹거릴 때마다 나는 심장이 오그라든다. 구름이 가득한 구간에 들자, 기체가 흔들리고 내 마음도 흔들린다.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공기가 까마득한 구름을 만들고, 비행기 속 작은 인간 하나를 겁에 질리도록 한다.
숲과 도시와 바다를 다 가린 구름의 대기 속에서 기장은 작은 비행기를 운전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구름의 길. 신호등도 이정표도 없는 밤하늘의 길을 기장은 비행한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구름이 걷힌 도시는 별빛 부스러기처럼 반짝인다. 저토록 반짝이는 도시는 어디일까? 비행기가 기울고 숨 막히는 공포가 찾아온다. 내려다보면 아름답지만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아득한 두려움에 눈을 돌린다.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밤을 여행한다. 이토록 보잘것없는 나는 밤보다 더 어두운 길을 여행한다. 그곳에 별 가루처럼 반짝이는 것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또 다른 꿈을 꾼다.
잠든 승객들은 느끼지 못하는 이 공포.
잠들어서 보지 못한 이 아름다운 세계.
난기류에 비행기가 흔들린다. 토할 것 같은 두려움에 창밖을 볼 엄두는 나지 않고, 고개만 돌린 채 두려워하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하늘보다 아름다운 땅을 본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별무리의 세계는 저 아래 존재한다. 나는 이 밤 한가운데 있다. 밤하늘의 가운데를 날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