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세계에서 나만의 항로를 그리며

by 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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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답처럼 여겨지는 길들이 있다. 합격의 기준, 성공의 공식, 이상적인 커리어 패스. 취업이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든 순간, 수많은 등대의 불빛이 나를 비춘다. 저마다 가장 밝고 안전한 길이라 속삭이며, 정해진 항로를 따르라 재촉한다. 이력서의 빈칸을 정답으로 채우기 위해 분투하던 시간 속에서, 나는 이따금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내가 채워 넣은 스펙이라는 단어들이 과연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서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첫째, 나의 실패는 서류 위 박제된 기록이 아닌, 살아있는 경험의 밀도다.



우리는 성공의 경험을 전시하는 데 익숙하다. 이력서는 화려한 성취의 목록이 되고, 자기소개서는 그 성취를 가장 극적인 언어로 포장하는 설명서가 된다. 하지만 한 인간의 가장 깊은 성장은 오히려 실패의 균열 속에서 싹튼다. 밤을 새워 도전했지만 끝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프로젝트, 간절한 마음과 달리 '귀하의 역량은...'으로 시작하는 차가운 문장으로 돌아왔던 수많은 도전들. 그 시간들은 단순히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라, 목표를 향한 나의 절실함, 문제 해결을 위한 치열한 고민, 그리고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의 궤적 그 자체였다. 나는 나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자 한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난관 앞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단단하게 버텨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레퍼런스이기 때문이다.



둘째, '나'라는 브랜드는 타인의 인정이 아닌, 고유한 시선의 축적으로 완성된다.



취업 시장에서 '나'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 평가받는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해 나를 재단하고,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조립하며 '팔릴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답을 외칠 때, 진정한 차별점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나는 그 답이 '나만의 시선'에 있다고 믿는다. 예시로 올렸던 K-POP 에세이처럼, 당연하게 소비되는 문화 현상 속에서 나만의 관점으로 산업의 논리를 파고들었던 시간들. 정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그 사유의 과정이 곧 나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수많은 정보의 파도 속에서 나만의 기준으로 데이터를 엮어내고,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본질을 사유하는 힘. 그것이야말로 어떤 직무를 맡게 되든 조직에 새로운 영감과 건강한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셋째, 이상적인 동료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항해하며 성장할 사람이다.



결국 '일'이란 수많은 타인과 함께 배를 타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능력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기꺼이 협력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나는 내가 모든 것을 아는 전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열린 귀를 가진 학습자이며, 막히는 문제 앞에서 동료의 지혜를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협력자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개진하되,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기꺼이 내 고집을 꺾을 줄 아는 유연함. 동료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치고, 그의 실패에 조용히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따뜻함. 나는 기술적 역량을 넘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라 믿는다.



취업 준비는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과 내 안의 고유한 목소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만의 좌표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나의 지도는 아직 여백이 많고, 그려야 할 항로가 무수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바다로 나아갈 새로운 지도를 그리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점처럼 흩어져 있던 나의 경험과 사유가 어느덧 나만의 별자리를 그리고 있음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나의 돛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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