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데 정의로워요.

오해를 받는 아이들

by 사춘기 엄마

보결 교사를 할 때 만난 한 아이가 있다.

그 여자아이는 오빠와 연년생으로

둘 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나는 오빠쪽을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그 행동에 문제가 조금 있었다.


사건인 즉

내가 그 반 수업을 들어갔을 때 쉬는 시간에 벌어졌다.

같은 반인 여자 아이(특수 아동)가 자기 필통을 만졌다면서

필통이 더럽혀졌다고

그 여학생에게 필통을 던지고 욕설을 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나는 그 남학생을 상담실로 데리고 가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이냐, 하고 물어봤는데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특수아인 그 여학생이 싫고

그 여자애가 자기 물건을 만지는 게 너무 싫어서 그랬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특수 친구도 다 같은 친구이며

그 전에 사람이다,

그 친구를 그렇게 경멸하듯 싫어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 남학생은 자기 생각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1시간이 넘게 대화했지만

남자아이와 내 대화는 겉돌 뿐

그 남학생은 자신이 왜 선생님과 1시간이 넘게

이런 대화를 해야하는지조차 이해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

상담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남학생을 그냥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찜찜한 마음이 남아

담임선생님께도 이야기를 전달해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들어간 4학년 반에

우연찮게도

그 남학생의 여동생이 있었다.


여동생 쪽은 표정이 좀 어두운 친구였는데

아이들이 내게

"선생님~ 우리반 말고 또 어느 반 들어갔었어요???" 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아이들이 잘 하는 질문으로

이어서

"누구 알아요?? 누구 형아 알아요?? 누구 언니 알아요???"

이런 식으로 질문이 이어지는데


그 여학생이 쉬는 시간에 내게 다가와서

"선생님, 어제 들어가신 반에 누구 알아요?

저 그 오빠 동생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침 잘 됐다!! 싶어

조심스럽게 그 여학생에게

오빠는 집에서 어떠한지를 물어봤다.

가정환경은 어떤지,

부모님은 어떤 스타일이신지,


그 여학생은 자신의 부모님과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해줬는데

부모님은 너무 바쁘시고

오빠는 집에서도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라

모두들 오빠가 사춘기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래는 오빠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 시기때만 해도

오빠는 매우 살가운 아들로,

또 오빠로서 동생들을 잘 챙기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던

바람직한(?) 아이였는데


부모님이 바빠지시고

가끔씩 아이들 앞에서 다투시는 모습을 보이시면서

오빠가 삐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랬구나,

그 남학생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특수 친구를 향한 분노는

사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엄한 곳에 내뿜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여동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꽤 기이했다.


사실 자기는 어렸을 때

유치원을 5번이나 옮겼던 적이 있을 정도로

폭력적인 아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갑고 다정한 네가???


이야기인즉

유치원 때 자신과 친한 여자 친구들을

괴롭히는 남학생이 있으면

자신이 대신 응징해주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응징해줬는데? 물어봤더니

그 남학생들을 때리고 밟았다는 것이다.


어라???

오히려 내가 보기에 이 여학생은 조금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그런 행동을 했다고???


"요즘도 그래?

친구들 괴롭히는 애들 직접 패줬어?"

(나는 아이들 용어로 그냥 말한다.)


"아니요, 이제는 안 그래요."


"그렇구나~"


무언가 보이는 면과 내면이 조금 다른 친구같았다.


실제로 그 여학생은 그 당시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했는데

가만히 보니 여학생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겉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조용한 아이가

내 옆에 와서는 재잘재잘 떠는 게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마도 평상시에는 조용하고,

어떤 면에서는 조금 어두운 아이가

사실은 굉장히 정의로운 아이여서

친구들간에 일어나는 괴롭힘을 참지 못하는 아이였으니

선생님들이 이 아이를 봤을 때

이상한 아이, 음침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고 햇살같은 아이가

정의로운 행동을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칭찬해주고

어머~ 친구를 도와줬구나~~ 했을텐데

(당연히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랍시고

다른 친구를 때려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어둡고 음침한(?) 아이가

갑자기 다른 친구를 공격했으니

쟤 갑자기 왜 저래? 너 왜 친구를 때리니?? 하며

이건 그냥 폭력적인 아이, 공격적인 아이로

낙인찍히기 쉬운 상황이었지 않았을까

나 혼자 짐작해보는 것이었다.


그 여학생을 하루 종일 관찰하면서

친구들 사이를 겉돌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그 안에 끼어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그냥 옆에 있고 싶은

이 여학생이 취하는 스탠스가

보편적인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 여학생은 왜 사람들이 자기를 오해하는지 모르겠다고

사실 자기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 뿐이였다고

5번이나 유치원을 옮길 때마다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고

자신을 많이 혼냈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안타까웠다.

그 아이의 진심을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하고

이렇게 몇 년의 시간을

혼자 고독하게 지내 온 이 아이가

안쓰러웠다.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은 너무 좋았네,

너는 그 친구를 지켜주고 싶었던 거네.


그런데 방법이 조금 그랬던 것 같은데?

봐바, 조용히 같이 놀던 친구가

장난을 걸어오는 남자 친구들을 막 패버리면

다들 놀라지 않았을까?

어머! 쟤가 왜 저래? 이랬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해?"


그 아이에게 물어보자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아이에게

오늘 하루동안 선생님이 너를 관찰하면서

느꼈던 것, 생각했던 것을 말해주었다.


"선생님이 보기에

너는 되게 정의로운 친구같아,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그런데 평상시에는 되게 조용해, 맞아?"


"네, 저 평소에는 되게 조용해요."


"선생님한테 와서 재잘거렸던 건

평상시와 다르게

선생님이 네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까 말을 잘 했던 것 같고,

친구들은 너가 이렇게 말을 재밌게 한다는 걸

잘 모를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친구들도 너에 대해 궁금할 것 같아,

너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 나왔네~, 선생님한테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번 친구들에게도 네 이야기를 해봐,

네 생각을 그냥 편하게 말하면 되,

나는 너가 해준 이야기 되게 좋았어.

너가 이해됬거든.

친구들도 그럴껄?"


"아, 그렇구나."


"친구들에게 말 거는 게 되게 어색하고

어려울거야.

그 한발짝 떼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 시도해보고, 두번 시도해보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고

그러다보면 친구들과의 관계가 바뀔 것 같은데?"


아이는 계속 어두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친구를 계속 격려하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이 아이의 선한 진심이 통하기를

위축되지 말고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기를 말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버리고

자신과의 거리를 결정지어 버릴 때가 있다.


사실은 그 내면의 모습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부모조차도 자신의 아이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런지.


이렇게 안타까운 케이스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받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조금만 서로의 진심에 대해 진실로 알아보려고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나부터라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어? 라고 물어보면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대답했던 아이가

진실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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