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여행 잘 다녀왔어요
1박2일로 쁘나와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 여행을 갈 때마다 남편과 교대로 운전을 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쁘나를 데리고 가기때문에
운전이 조금 부담스러웠으나
(졸음 운전 할까봐)
나는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다.
여행의 발달은
주말에 설거지를 하다가
아~~ 여행가고 싶다~~ 한 내 말에서 시작되었다.
컴퓨터 방에 있는 남편에게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안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뿜어내는 여행 파동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나는 솔로인데
요즘 잘 보는 프로그램은
이혼숙려캠프이다.
나는 그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잘 보지 않는데
첫번째 이유는 손발이 오글거리거나 대리 수치심을 느끼는 게 싫어서다.
내가 여행 이야기를 꺼낸 지 며칠이 안 되어
갑자기 남편이 내게
"자기, 쁘나랑 서울 다녀올래?
내가 50만원 줄 테니까 다녀와~~" 하는 것이 아닌가.
"엥? 갑자기 왜??" 했더니
이혼숙려캠프에 나온 한 부인이 인터뷰를 하면서
혼자 여행도 한번 못 가봤다면서
한탄을 하는 것을 보고
나를 여행 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나솔이나 이혼숙려캠프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약간의 반감도 있었는데
왜냐하면 알콩달콩 잘 지내는 부부 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찮을 판에
부부간에 싸우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움이 되었다.
나의 편견이었다.
(이혼숙려캠프 고맙습니다)
우리는 따로 경제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렇게 여행을 가라고 남편이 나에게 돈을 준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조금 신선했다. 아니 많이 신선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쁘나를 꼬시기 시작했다.
쁘나는 차를 오래 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서울에 놀러갈려면
쁘나를 잘 설득해야한다.
쁘나는 고민할 시간을 하루 주라고 했다.
"아니!! 학교도 빠지고 가는 건데
뭘 고민할 게 있어!!!
엄마랑 가자~~!!!"
하지만 쁘나는 확고했다.
월요일 하루 동안 고민하고 온 쁘나는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감사합니다 쁘나님!!
요즘 학교는 교외체험학습 신청이라는 게 있어서
이렇게 여행을 가거나
가족 일이 있을 때 학교에 신청을 하고
학교를 공식적으로 빠질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아이 씐나~~
어디를 가볼까???
아니 일단 여행이 며칠 안 남았으니
숙소부터 빨리 정하자!!
나는 숙소 앱을 켜서
여러 숙소를 빠르게 스캔하고
빠르게 결정내렸다.
(성격이 급해서 오래 고민을 못 함)
숙소 결정했고~~
이제 이틀 동안 어디를 가볼까~~~
이것 저것 검색해보면서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쁘나가 원하는 곳을 2/3,
내가 가고 싶은 곳 비율을 1/3로 해야
쁘나의 불퉁거림을 최대한 잠재우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가고 싶은 곳만 추려야 했다.
그럼 이번에는 이케아와 창경궁을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케아에 가서 집에 필요한 것을 좀 사고
궁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쁘나가 항상 가기 싫다고 해서(많이 걸어야 하니까)
계속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쁘나에게 어디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자
무인양품점이랑
요즘 꽂혀있는 실바니안 콜라보 까페를 가고 싶다고 했다.
오케이 좋았어~~
첫째날은
이케아, 무인양품점, 실바니안 까페, 그리고 창경궁이다~~
그리고
둘째날은
숙소 근처에 있는 시장과 이천 아울렛을 들르기로 했다.
여행 당일,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 출발한 우리는
아주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이케아로 향했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어... 이거 심상치가 않은데...
하지만 나는 운전의 프로~
오늘 가야할 데가 많으므로
지체할 수 없었다.
비가 조금 약해지면 밟고
비가 거세지면 천천히 가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3시간 후 이케아에 도착했다.
해피~~
이케아는 정말로 컸다.
쁘나는 쇼룸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모든 곳을 슥슥 지나쳤다.
(아~~ 제대로 보고싶은데~~~)
그리고 드디어 쁘나가 좋아할 만한 곳이 나타났는데
바로 인형을 파는 섹션이었다.
인형을 고르고 점심밥을 먹은 후
수건을 사러 다시 돌아가는데
기분이 좋은 쁘나는 잘 따라와주었다.
이것 저것 고르고 난 후
계산을 하러 가고 싶은데
문제는 어디로 가야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어봐서
어렵게 길을 찾아갔다.
촌사람이 이런 데를 와봤어야지.
계산을 하러 내려가자
창고형으로 높은 선반에 이케아 가구가
꽁꽁 싸매져서 착착 정리되어 있었다.
와우~~ 웬지 이케아스럽다!!
계산을 한 후
얼른 주차장으로 가
두번째 장소인 무인양품을
네비에 찍고 서둘러 출발했다.
쁘나는 무인양품 제품 디자인이 깔끔하고
세련된 것 같다고
요즘 자신은 이런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야~
예전에는 애니 캐릭터들이 덕지덕지 붙은
제품만 사더니
이제는 베이직한 물건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다니
쁘나가 많이 크긴 했네~ 싶었다.
무인양품에서 몇 가지 학용품을 사고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께 드릴 간식거리도 사고
우리는 실바니안 까페를 갔다.
실바니안 까페에는 실바니안들이 잔뜩 있었는데
평소 사진을 찍자고 하면
울상을 짓던 쁘나가
실바니안들과 사진 찍어줄테니 서보라고 하자
활짝 웃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애다 애
활짝 웃는 쁘나 사진도 겟하고~
우리는 그 근처 홍대 거리를 가보기로 했다.
홍대라니~~
젊음의 상징~~~
비가 왔지만 우리는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녔다.
캐릭터 상품들도 구경하고
아빠가 사오라고 한 라부부도 사고
(자기반 아이가 라부부를 좋아한다며 하나 사주고 싶다고 했다.)
올리브영 팝업스토어에 가서 샘플도 받고
이것저것 쇼핑을 했다.
쁘나는 쇼핑을 매우 좋아해
이케아, 무인양품, 홍대로 이어지는
쇼핑에 매우 신나보였다.
러쉬에 가서 입욕제도 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쁘나의 기분이 한껏 고양되어 있을 때
궁을 가야한다!!
아니면 가는 내내 엄청난 불평불만을 들어야 하니까!!!
다행히 쁘나는 매우 기분이 좋아
창경궁에 도착할 때까지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하지만 창경궁에 들어가 조금 걷기 시작하자
습기와 더위 때문에
쁘나의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나는 보고 싶었던 대온실을 후다닥 보고
크게 한 바퀴 돌아
창경궁을 빠져나왔는데
그래도 너무 좋았다.
멋진 정원들과
웅장한 건물들,
예상치 못한 서양식 대온실과
생각보다 크기가 큰 연못,
창경궁은 후에 다시 해설을 들으러 오고 싶었다.
그때는 나 혼자 와야지, 흥!
우리는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오늘 하루 몇 보 걸었는지 확인해보았는데
15000보나 걸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쁘나는 평소 자신은 8000보가 넘어가면
힘들어진다는 확고한 자기만의 기준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생각보다 잘 걸은 쁘나에게 칭찬을 왕창 해주고
우리는 넷플릭스를 보다가 잤다.
여행 둘째날, 근처 시장을 가서
쁘나가 먹고 싶어했던 닭꼬치를 사먹으려 했는데
웬걸, 그 시장의 주력 음식은
빈대떡과 국수, 만두여서
닭꼬치는 없었다.
시장에 닭꼬치가 없다니 ㅜㅜ
그런데 시장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육회를 파는 집 앞에 줄을 길게 서있는 것을 보고
저기가 맛집인가? 하고 지나쳤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다시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런데 줄이 없길래
그냥 여기에서 밥먹자~ 하고
바로 들어가서 시킨 음식은 육회비빔밥
그런데 맛이 아주 좋았다.
오~~ 우연찮게 들어온 집이 맛집이라니~~~
가게는 공간이 넓지는 않아서
테이블 끼리 조금 붙어있었는데
우리 바로 옆에 앉아서 식사하시는 분이
50대-6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육회 한 그릇을 매우 맛있게 드시고 있었다.
우리는 밥 한 공기를 나눠서 비볐기 때문에
한 공기가 온전히 남아있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낯선 사람에게 나는 거의 말을 걸지 않는데
그 아저씨께 남은 공기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괜찮으시면 밥 혹시 드실래요? 저희는 밥 한공기를 나눠먹어서
이걸 못 먹을 것 같아서요~"
했더니
아저씨께서는
"괜찮아요~~ 밥을 먹고 왔는데
이 집 육회가 너무 맛있어서 육회만 먹으러 온 거에요~" 하셨다.
나는 왜 오지랖을 부렸지 싶었지만
이 집이 찐맛집이라는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쁘나야~ 여기 진짜 유명한 덴가봐,
우리는 뭣도 모르고 들어왔는데 말야ㅎㅎㅎ"
쁘나도 육회비빔밥을 아주 잘 먹었다.
정말 많이 컸다.
밥을 먹고 우리는 여주 아울렛을 들르기로 했다.
원래는 이천 아울렛을 가려고 했는데
쳇 지피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아울렛이 어디야 하고
물어보니
여주라고 해서
목적지를 틀었다.
여주 아울렛에 가니
큰 건물이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들이 쭉 늘어서 있어
야외를 걸어다니며 둘어봐야 하는
구조의 아울렛이었다.
쁘나의 책가방을 사러
이 브랜드, 저 브랜드 돌아다녀봤지만
쁘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방은 없었다.
그나마 쁘나 마음에 든 가방은
뉴발란스 가방이었는데
성인용이라 쁘나에게는 조금 컸다.
뉴발란스 키즈는 없나?
검색해보니
이런! 여주에는 없고
이천 아울렛에는 있는 것이 아닌가?!!!
쳇 지피티야, 나는 실망했다.
우리는 이천 아울렛을 가서 끝까지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벌써 12000보를 넘어가고 있지만
본인이 사고싶은 가방을 찾을 때까지
쁘나는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이천으로 넘어가 롯데 아울렛에 들어가자
큰 건물 안에 여러 매장이 위치해있어
여주보다 훨씬 쾌적했다. (에어컨 빵빵)
(여주는 날씨가 선선한 봄이나 가을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쁘나가 사고 싶은 제품은 찾지 못했다.
우리는 좀 허탈해서
저녁이나 먹고 내려가자 하고 밥을 먹는데
샤브샤브가 꽤 맛있었다.
쁘나는 밥을 먹더니 컨디션이 좀 올라온 듯 했다.
그러더니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사겠다고 말했다.
여주와 이천, 모두를 다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미련이 없어져서
인터넷으로 사는 게 좋겠다는
나름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나는 이럴 때가 좋다.
끝까지 다 해보고 나면
미련도 후회도 없어서
그때 내린 결정은 꽤나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는 것.
만약 남편과 함께 온 여행이라면
여주 아울렛을 보고
이천을 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남편은 걷는 것을 몹시 힘들어해서 (약간 평발이어서)
아마 여주 아울렛을 돌아다닐 때부터
체력이 남아있질 않았을 거고
시간이 늦어지면 집에 내려갈 시간이 늦어지니
우리를 꽤나 재촉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셋이서 여행을 다녔는데
쁘나와 나만 다니는 여행은 가까운 도시에 당일 치기로
얼른 다녀오는 여행만 했었다.
(우리는 그걸 엄마와 쁘나만의 데이트라고 칭한다.)
이렇게 멀리 둘만 여행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남편이 없어서
남편 눈치를 안 봐도 되어서 그런지
여행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가고 싶은 데 다 가볼 수 있었고,
보고 싶은 데가 생기면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남편은 일정을 변경하는 걸 싫어한다.)
남편이 없는 여행은 좀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더 좋았다.
다음에도 이렇게 쁘나와 나만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편 미안~ 근데 자기 여행 별로 안 좋아하잖아~~)
내려오는 길,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고래고래 부르며
신나하는 쁘나와
(첫날 서울 올라갈 때도 골든만 100번 부르면서 갔다.)
기분이 한껏 고양된 나는
우리 또 여행오자~~ 하고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늦은 밤에 집에 도착해
남편을 보자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사고 없이 잘 다녀왔다는
우리가 이틀동안 쇼핑한 물건들을 식탁에 쫙 늘어놓고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건 이디서 샀다, 저건 어디서 샀다
이야기를 해준 후
다음번에도 나랑 쁘나만 여행가도 좋겠다며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정말로 재밌었나 보네 하고 웃었다.
남편은 우리가 없어서
조금 허전했다고 말했다.
아니다, 다음번에 다같이 가자~
또 어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