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덜어내니 행복이 찾아오네.
누군가는 지금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배부른 소리라고,
너 벌써 30대 후반이야, 정신차려 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를 이해하는 문제란
무엇보다도 경제활동과 직결된 문제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 안의 문제로 인해,
멀쩡한 직장도 내 손으로 때려 치우고 나오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하려면,
아니, 멀쩡하게 살려면,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감정들,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
삶에 대한 가치관, 일에 대한 가치관,
신념들이 정확히 파악되어야
내 손으로 모든 걸 망가뜨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손만 빨고 산건 아니다. 계속 경제활동을 하긴 했다. 어찌저찌)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를 수가 있냐고,
누군가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나도 모르겠다,
왜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는지,
왜 30대에 이토록 사춘기를 세게 겪는지.
(이 문제는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올해 초, 나는 내 생활을,
모든 것을 바꿔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을 통해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내 안의 또 무언가가 튀어나올지
기대 반, 걱정 반을 하면서.
일단 결혼생활 13년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부엌일을 시작하였다.
엥? 그럼 지금까지 부엌일은 누가 한거야? 하겠지.
남편이 부엌일 및 청소기 담당, 나는 빨래 및 잡다한 일 담당이었다.
여자가 부엌일을 해야지!!! 라고 말하는 현대인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편의 입맛이 매우 초딩스럽다는 거였다.
우리의 주식은 라면, 김치볶음밥(냉동식품인), 햄버거,
한번씩 김치찌개,
그리고 배달음식들이었다.
물론 나는 불만따윈 없었다.
내가 요리하지도 않을 거면서
불만을 표시할 수는 없는 법.
차려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 한가지 불만은 있었다.
나, 남편, 쁘나,
어떻게 똑같은 메뉴를 같이 먹었는데
10년동안 남편의 체중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나와 쁘나는 점차 통통, 뚱뚱해지기 시작했다. (미스테리다 정말)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쁘나는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나에게 "엄마, 우리 다이어트 하자,"고 졸랐지만
나 스스로 의욕이 안 생겨서
"응, 언젠간~" 하면서 넘겼는데
올해, 모든 것을 바꿔보자고 한 결심에
내 몸뚱아리도 포함된 것이었다.
"그래, 우리 다이어트 하자. 이제 부엌일은 내가 하겠어."
선언하고 그날부터 우리의 식단은
철저히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유튜브에 처음으로 다이어트 레시피라는 단어를 치고 검색을 해보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렇게 많은 레시피들이,
그것도 맛있는 레시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다이어트 레시피를 만들어 영상으로 올려준 유튜버들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7키로나 뺄 수 있었어요 흑흑)
아침, 점심, 저녁을 채소가 듬뿍 들어간 요리를 먹으니
살도 절로 빠지고, 건강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쁘나도 처음에는 이 생소한 식단에
거부감을 표시하다가
다이어트가 조금씩 되자 스스로 샐러드를 챙겨 먹는 경지까지 왔다.
그런데 내가 해준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쁘나를 보니
저절로 내 입에서
"야, 오지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거 보니
엄마는 안 먹어도 배부르다야."란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뭔 황당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까지 아이키우면서
그런 말을 해본적 없냐고 하면
어이없게도 별로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먹고 있는 쁘나를 보면
속으로 '몸에 좋지 않은건데....' 하면서도
내가 요리할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외면해버렸다.
내 마음 속 이야기도 무시해버렸다.
내가 할 에너지가 없으니까 라고 변명하면서.
언젠가 남편이
"자기는 자기 먹기 바쁘지, 쁘나는 전혀 신경 안 쓰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어, 나는 나 먹기도 바빠.
미안한테 쁘나는 자기가 챙겨줘."
아마도 내 깊은 마음 속에서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을,
그것도 내 손으로 떠서
쁘나한테 먹이는 짓은 못하겠다.'
일말의 죄책감, 거북함이
그 상황을 외면하게 만든 것이리라.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요리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었냐 하면.
그건 내가 집안일보다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내 에너지가 100프로라면 일에 95프로를 쏟고 오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집에 오면 완전히 넉다운.
성취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서
나를 혹사시키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성취감, 인정욕구가 커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 안의 공허하고 비어있는 마음을
채우기 위해
학교에 다닐 따는 성적에 목숨을 걸었고
20대 중반에 바로 임용이 되어 학교로 나갔을 때는
내 이 공허한 마음을 일에서 얻는 성취감, 인정 욕구로 채워버렸던 것이다.
나의 알고리즘적 사고 상
직장에서 에너지를 너무 쏟는다?
그럼 그 비율을 50 대 50으로 바꿔야지
그런데 안되네, 왜?
너무 성취욕구, 인정욕구가 커,
이게 좀 채워져야지만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정신차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그냥 계속 일에 에너지 쏟아봐. 어찌되나 보자.
그렇게 작년까지 일에 에너지를 쏟고 나자
어느 정도 그 성취감이 해소가 되었는지
올해는 일을 쉬자! (사실은 다른 일 때문에 일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건데
그 일에 대해서는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차라리 잘 됬다.
일을 쉬면서 내 생활을 완전히 다 바꿔보자,
이렇게 진행된 것이었다.
예전의 나는
포돗이(간신히) 밥 먹고, 씻고,
그저 누워서 핸드폰만 보는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나를 봐준 남편도
참 대단한 사람일 뿐더러
매우매우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나 스스로 '야, 용케 아이 낳아서 키웠다, 어떻게 했냐.'할 때가 있는데
아니지 정신차려, 너가 키운 거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가끔 남편에게 말한다.
자기야, 쁘나를 키운 건 팔할이 자기였어
(내가 아니라)
올해 일을 쉬면서 걱정했던 건
집에만 있으면 우울하고
그저 처져 있진 않을까 하는
나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하지만 일을 쉬고 집안일을 하다보니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일에서 얻었던 성취감, 인정욕구 보다
내 마음을 더 가볍게 하는 건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내 정성을 쏟는 게
훨씬 더 만족도가 크다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만족감이구나.
나는 지금까지
나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나에게 주부는 정말로 맞지 않아,
나 요리도 못 해, 관심도 없어 하면서
밖으로만 나돌아다녔던 예전의 나에게
아니야, 너 생각보다 집안일 소질 있어,
그리고 너 그 싫어하는 집안일 하면서
즐거워하기까지 한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못해!!, 싫어해!!"라고 단정짓지 말라고.
결혼생활 13년만에 처음 든 생각이다.
이래서 조상님들이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던 것일까 허허
(무슨 소리야 정말, 너무 당연한 걸
너는 왜 지금까지 몰랐던건데!!!!)
요즘 나는 자꾸 쌈을 싸서 쁘나 입에 넣고,
쁘나가 아침에 잠이 덜 깬 채로 식탁에 앉아
"엄마가 먹여줘~"하면
기꺼이 쁘나 입에 밥을 떠먹이고 있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예전에는 정말로 하기 싫었던 일이
지금은 오히려
기꺼이 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미래가 행복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늘 현재, 지금이 행복하고 싶다.
집 밖의 타인을 돌보고, 친구들을 돌보고,
엉뚱한 대상들을 돌보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나를 돌보는 게 제일 중요했구나.
내 가족을 돌보는 게 제일 필요했구나,
이게 찐이었구나를
요즘 엄청나게 많이 느끼고 있다.
내 마음 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소리를 무시하기 시작하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나도 먹고, 쁘나도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 불안함, 걱정이 사라지자
이토록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다.
아직도 내 안에는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어두운 감정들이 있지만
스텝 바이 스텝.
하나씩 해결해보자.
일단은 음식에 대한 죄책감은 줄어들었다.
아, 좋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