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짓 하는 엄마??!!!

진상짓 이제 못 하게 되니까 좀 아쉽다

by 사춘기 엄마

쁘나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는 아이였다.


더군다나 외동이다 보니 사회적 기술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쁘나랑 놀 때 나는 그 또래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많이 경험하게 하여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규칙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쁘나에게

만약 형제가 있었다면

예를 들어 게임을 하다가 동생이 규칙을 지키려고 하지 않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집에서 훈련이 될 수 있는데

형제가 없다보니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면

쁘나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친구 관계에서 너무 해맬 것 같았다.


왜냐하면 외동이다 보니

우리는 쁘나를 자꾸 배려하게 되어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자주 접해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쁘나랑 놀 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래친구들처럼 행동하였는데

무슨 말이냐면

한마디로 진상짓(?)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쁘나랑 놀 때

규칙을 일부러 어기는 모습도 보여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쁘나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였다.


어렸을 때의 쁘나는

내가 그렇게 행동할 때마다

매우 당황해하며

"엄마, 하지마~, 왜 그래~"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는데

그럼 나는

"쁘나야, 만약 친구가 이렇게 행동하면 너 어떻게 할래?" 하면서

쁘나가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왔다.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내성적인 쁘나가 취하는 방법은

상황을 그저 피해버리거나, 외면해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

(실제로 유치원까지의 모습은 그러했다.)

대화를 통해 그러한 상황을 좀더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쁘나는 그러한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에 갔을 때 친구와의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하지 않고, 그냥 그 친구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방법을 가장 잘 썼다.


속이 상하고 서운해도

대화보다는 그냥 기다려주는 게

본인에게 가장 속편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쁘나의 기질로 봤을 때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집에서는 계속 트레이닝 시켜줘야지 하고

나는 쁘나랑 놀 때 좀 속없는 짓을 많이 했는데

이번 주말에 보드게임을 하면서 그 생각이 변했다.


남편과 나, 쁘나는 요즘 보드게임을 많이 하는데

일요일날은 진 사람이 나가서 간식 사오기 벌칙을 걸고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진심으로 나가기 싫어서 아주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지만

결국 3판 중에 2판을 내가 져서 꼴찌가 되었다.


그래서 들고 있는 패를 던지면서

"싫어!! 나 꼴찌 아니야!!!" 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반은 쁘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고

반은 진심 억울해서였다.


그런데 쁘나의 반응이 예전과는 아주 달랐는데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 결과를 받아들여, 빨리 나가서 간식 사와" 하는 게 아닌가.


예전에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고집을 피우면

내 감정에 쁘나도 함께 휘말리면서

같이 성질을 내거나,

다시 게임을 하자고 하거나,

어이가 없어서 당황한 채로

남편에게 나를 이르러 갔는데(?)


그랬던 쁘나가

더이상 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말로 명확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솔직히 좀 놀랬다.


"쁘나야, 엄마 억지 부리면 안 돼?"하자

쁘나는 아주 단호하게

"안 돼, 그리고 패 던지는 건 나쁜거야, 던지지 마"라고 말하면서

내가 던진 패까지 주워서 보드게임을 착착 정리해주는 것이 아닌가.


쁘나가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말로 이렇게 명확하고도 단호하고 표현하다니!!!

아! 쁘나가 정말로 많이 컸구나!!

이제 일부로 진상짓할 필요 없겠네!!!??


쁘나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해야하는 역할도 바뀌는 것을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이제는 쁘나에게 고급기술을 선보이는 부모로서

모델링할 수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구나,

이제는 이러한 상황극은 쁘나에게 적절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진상짓할 때 좀 재밌었는데 못 하게 되니까 그건 좀 아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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