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쁘나가 서울로 1박 2일 수학여행을 갔다.
그런데 아침에 아이를 보내놓고 나 혼자 불안을 느꼈다.
평소에도 친척언니집에서 며칠 밤을 자고 오기도 하고,
본인도 걱정하지 말라고,
잘 하고 오겠다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웬일인지 무척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쁘나는 항상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지금까지 학교에서 하는 1박 2일 행사에
남편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내가 딱히 신경쓸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맡은 학년은 수학여행 대상자가 아니어서
이번 수학여행은 오로지 쁘나만 보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기운차게 쫙쫙 쏟아져서
빗길에 사고가 나진 않을까, 하는 이상한 걱정까지 들었다.
사실 나는 이런 걱정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마음이 불안했다.
왜 불안한 건지?
내 마음을 들여다봐도 그냥 이유없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아, 예전에 담임교사였을 때
비가 오는 아침에 오늘처럼 현장체험학습을 가야하는 날
학부모님들로부터 걱정된다는 문자가 오면
'뭘 그리 걱정하시나, 잘 다녀올텐데.'하고
무심하게 생각했던 내가 떠올랐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니
정말 불안했다.
머리로는
아무 일 없이 잘 다녀올텐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이 막연한 불안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어머님들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느꼈었던 거구나.
내가 경험해보니
그 분들의 심정이 100% 이해가 되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나 감정에 대해서는
뭘 그렇게 걱정을 하냐,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차갑게 반응했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소란스러운 마음 상태 그대로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는데
이상하게 우산이 잘 펴지지 않아서
밑을 제대로 보지 않고
부주의하게 걷다가
보도블럭 반석에서 제대로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이고 내 정신머리야,
도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는거야,
애기 걱정 그만 하고 너 발 밑이나 제대로 봐!!!
그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쁘나가 즐겁게 1박 2일 잘 여행하고 오길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
내 할 일 하면서 이틀을 잘 보내는 것이구나, 싶었다.
쁘나 걱정을 날려버리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내 할 일을 하다보니
더욱더 불안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이는 하루 종일 얼마나 재밌었던지
밤 늦게서야 연락이 왔다.
너무너무 재밌다고.
"그래, 쁘나야, 재밌게 잘 놀고 와~, 내일 보자~" 하고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후에 쁘나가 커서 독립할 때도 이렇게 불안할까?
쁘나 걱정할 때가 아니라 내 걱정을 해야할 것 같은데?" 하자
남편은 무심하게
"자기는 자기 일로 바빠서 별로 걱정 안 할 것 같은데?" 한다.
이야, 같이 산 지 10년이 넘어가니까
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 각자 자기 일 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야지 뭐, 하고
나의 불안과 걱정은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