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참 마음이 심란하다.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 사이 괴리감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적당한 괴리감은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몇 년째 이 생각들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자기혐오가 마음 한편을 조용히 잠식한 것 같다.
그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이것저것 노력해 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도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애썼고,
결정이 안 내려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에 다가가려면, 1분 1초라도 빨리
뭔가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야 길이 보일 텐데... “
그 분야는 도대체 언제 찾게 될까?"
이런 조급한 생각.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 이름 없는 불안이 목소리를 키운다.
그래서 심란한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직도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겠다는 기분이 든다.
약 15년 전쯤, 스마트폰과 아이팟 터치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때 친누나는 새 아이팟 터치를 사면서, 자기가 쓰던 아이팟 클래식을 내게 물려줬다.
나는 그 기기를 통해, 친누나의 음악 취향과 처음 마주했다.
플레이리스트엔 K팝은 거의 없었고, EDM과 해외 팝송이 가득했다.
특히 처음 들은 전자음악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고,
그때 처음으로 나에게 '새로운 음악의 세계'가 열렸다.
그 시절, Chemical Brothers, Justice, Daft Punk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거의 전자음악만 들으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디제잉'이라는 걸 접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진짜 도파민이 터지는 걸 느꼈다.
처음엔 단순한 취미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지면서,
‘이건 내 천직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디제이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 후로는 내 인생을 갈아 넣어가며 곡 작업에 몰두했다.
컴퓨터 앞에 이틀을 밤새워 앉아 있던 날도 있었다.
힘들기보다, 너무 행복했다.
‘자야 하니까 그만 작업해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모든 타이밍이 어긋났다.
정말 문고리만 돌리면 꿈이 현실이 될 것 같았던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문고리는 내 손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 달 두 달을 술로만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 문을 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디제이라는 직업과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지금은 관련 업종에서 사무직 일을 하고 있다.
이 얘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있느냐 하면,
지금은 더 이상 디제이에 대한 큰 미련은 없다.
나는 정말 충분히 노력했고,
까불대던 성격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차분해졌다.
남들 앞에 서는 일 자체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내가 이렇게까지 심란한 이유는,
그때처럼 내가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하면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불안해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어쩌면,
그 시절의 열정을 기준점 삼다 보니
새로운 분야를 찾는 데 있어서 괜히 눈만 높아지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참 심란하다.
나는 다시 그때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 열정을 느끼기만 할 수 있다면,
모 아니면 도라도 해볼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