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올리는 편지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주세요.
진심을 다해 말하고, 진심을 다해 씁니다.
오랜 고민 후 써본 첫 글입니다.
학부모님께 올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3학년 담임입니다.
조금은 어리숙해 보일 때도 있지만, 이번에 맡은 아이들이 저에겐 참 예쁩니다.
집 벽에는 아이들 사진을 붙여두고, 실제로도 24시간 내내 소통하면서 아이들과 라포를 형성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학부모님들과도 학기 초부터 정말 이렇게나 많이 싶을 정도로 메시지도 연락도 많이 드렸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진솔하게 통화해보지 않은 학부모님이 없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저는, 담임을 하고 싶어서 교사가 됐습니다. 다른 일을, 교사 안에서도 다른 역량을 계발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저에겐 기쁜 일이었어요. 저 또한 좋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담임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3학년 2학기의 공교육의 현실을 보자면 안타깝습니다. 수능 선택이 달라서, 입시 문제가 해소돼서 등 분위기가 들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교과 수업도 최선을 다해 준비합니다. 선택과목 수업에서 다들 조퇴하고 한 반에서 2명과 수업할지라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합니다. 학급과 관련된 일에는 말할 것 없이 진심이구요.
학교는 입시를 준비하는 공간이기전에, 전인격적인 성장을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조퇴 및 체험학습 신청을 희망한다며 통화한 학부모님이 6분이십니다. 통화를 해보면 공통점은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집중이 안 된다고 해요.’, ‘그렇지만, 학교에 있었으면 한느 마음이에요.’ 맞습니다.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님과 제가 마음을 모아서 함께 교육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최선을 다하는 게 저에게 느껴진다면 체험학습과 질병조퇴 모두 허용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고 기다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저, 아이들 조퇴시키면 담임 지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아이들이랑 함께 3학년 생활 보내고 싶어요.
졸업생들이 자주 찾아오곤 합니다. 그때 듣는 이야기는 “선생님, 솔직히 조퇴하고 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핸드폰도 많이 하게 돼서 집중 잘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입시를 준비하거나 후회했던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올해는 더 단호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아이들은 제가 정말 진심을 다 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1년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오히려 힘든 상황에서도 예의를 갖출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욕구도 절제하면서 본인이 해야 할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에도 바쁜 시간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를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세요.
교사로서,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탁드리는 게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믿어주세요.
감사하게도 오늘 통화하신 학부모님들께서 저의 진심 어린 마음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학부모님들에게 정말 감사한 게 많습니다.
제 업무를 하다가도 시간이 여유가 생길 때면 교실에 가서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겠습니다. 매번 그럴 순 없더라도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교실이 소란스럽다면 꼭 말해달라고 해주세요. 어떻게든 조치하겠습니다.
푸념 같은 편지입니다만, 우리 반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