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약하다면 강제성을 부여하라
『도파민네이션』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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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출판사: 흐름출판
대학을 3년 동안 다니며 이뤄낸 게 크게 없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게임하고, 소소하게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공부? 공부는 늘 시험 일주일 전에. 과제는 미루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한을 지키지 못해 제출하지 못한 것도 조금 있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었다. ‘이게 청춘이지’ 하며 놀 수 있을 때 맘껏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과 대표, 2학년 때 학과 학생회 기획부장, 3학년 때 학내신문사 기자 등 점점 뭔가를 해보려고 시도는 했다. 각각의 도전은 좋은 결과로 도출되어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내 인생 전반 삶의 만족도는 올라갔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노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3학년을 마치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 사회복무요원이라 집에서 출퇴근하지만, 아직 전세 계약이 남아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차로 20분 걸리는 복무지까지 가야 한다. 복무를 시작하고 2-3달 동안 퇴근하면 운동하고 친구들과 놀기 바빴다. 몇 달 하다 보니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껴 현타가 왔고, 대학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봤다.
내 삶이 없었다. 생산적인 뭔가를 하지 않아서 불안하고 지루했던 게 아니라, 비생산적인 뭔가를 지속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었다. 비생산적인 것들을 행할 때는 좋지만, 활동이 끝나면 남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았다. 그것들의 명칭-‘도파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극복하려 ‘반드시 나가야 하는가’, ‘도파민 때문에 나가는 것인가’, ‘꼭 지금 나가야만 하는가’ 등의 글을 종이에 적어 집 문 앞에 붙여놨다. 내 기억에 2주 정도 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종이가 문에 붙어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글만 가지고 도파민 억제를 시도하기엔 내 인내심은 그리 강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최후의 수단이 남았다. ‘이사’.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니 집에서 복무지까지 도보 5시간. 의지가 부족하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전세를 살아 달마다 나가는 비용이 부담되지 않지만, 복무지 근처로 이사 가면 월세를 살아야 해서 금전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돈이 중요치 않다. 월세를 살든 전세를 살든 군인 월급으로 한 달 사는 건 어차피 힘들다. 도파민을 줄이는 금액으로 월세를 내고 할 일 찾아서 하는 게 내 인생 전반을 봤을 때는 더 가치있다.
도파민네이션 116p에 자기 구속(self-binding) 개념이 나온다. “자기 구속은 제이콥이 자신의 기계를 버리는 행위를 표현하는 용어다 … 의도적으로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방법 … 오히려 자기 구속은 의지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는 전략이다.” (이럴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나 자신을 알고 단점을 보완하려 행동으로 옮기려는 데 책에서도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 나올 때)
이사 가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내 이사 계획과 이유에 대해 밝혔다. 친구들은 ‘뭐하러 가냐 우리랑 놀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나와 함께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분명 큰 축복이겠지만, 친구들의 이런 말은 내 이사를 더욱 부추겼다. 차라리 가라고 했으면 고민이라도 해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