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아서 Like it을 눌렀나요?
회사 - 집 - 회사 - 집의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고자 두 가지를 시작했다. 한 가지는 달리기였고, 또 한 가지는 글 쓰기였다.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리는 흥미성, 자랑성 글쓰기보다는 나름 호흡이 긴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고,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연재를 올리는 날이다. 물론 한 번도 안 빼먹고 쓴 건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맞춰서 올리려고 했다. 주중에 글을 쓰고 싶은 내용을 메모해 두고, 미리 작성해두기도 하고, 연재 발행 전날에 내용을 정리하고 적당한 그림을 추가하거나 AI로 그리고 발행을 누른다. 어젠 마라톤을 뛰고 와서 인지 힘들었지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월요일 연재를 0시로 예약 발행을 누르고 그대로 쓰러져 잤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브런치에 들어가서 좋아요 숫자를 보니 15개 정도 있었고, 이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이 진짜로 좋아서 누를까 고민하면서 글을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글이 꼬여있었다. 브런치에서 정말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인 에디터 오류로 특정 구역이 복사되어 다른 곳에 붙어버린 듯했다. 순간 너무 창피했다. 이런 글이 올라왔다니. 내가 이것도 모르고 올렸다니.
그때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이미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은 정말 내 글을 보고 좋아서 누른 것일까? 이렇게 정제되지 않았는데? 심지어 수정이 필요하단 댓글도 없었다.
문득 어제 봤던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강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본다고 오르는 것도 아닌데, '유튜브 스튜디오'를 통해 조회수를 계속 보고 오르면 좋아하고, 떨어지면 조바심이 난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나도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다가 시간이 나면 브런치를 켜고 통계로 가서 조회수를 보고,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나 확인하고, 지난 글 보다 적게 나오면 괜히 내가 잘 못 쓴 건가 하고 슬퍼졌다. 그러다가 다음이나 구글에 뜨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그날따라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근데 조회수가 내가 원했던 글을 쓰는 목표였을까?
실제로 조회수가 잘 나온 글 중에 내가 잘 못 썼다고 생각하는 글도 많다. 단순히 제목을 잘 뽑아서, 이슈에 편승해서 조회수가 높았던 글도 있다. 어차피 유튜브처럼 조회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짤막한 글을 출판할 수도 없는데, 난 왜 조회수와 좋아요에 연연했던 걸까?
그래서 진짜 책을 써보려고 한다. 연재로 글을 쓰는 게 노력을 덜 쏟는 건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가 아닌 긴 호흡으로 묶을 수 있는 책을 써보려고 한다. 어떤 형식으로 어떤 주제로 어느 정도 분량으로 누가 등장하는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쓴 글이 그 영양분이 될 거라고 믿고 싶다.
여러분은 왜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셨나요? 단순히 의리로? 내 글에도 찾아와 주길 바라며? 나만의 루틴으로? 아니면... 진짜로 좋아서?
어떤 이유일지는 모르지만, 흔하게 넘어가는 글 중에 이 글이 한번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는 짧은 울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