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생존 도구를 쥐어야 하는 이유

회사는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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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면 불혹이고 50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지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 나이대는 '공포'와 '통찰'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10년 차가 되면 무엇을 해야 조직에서 인정받는지가 보이고, 15년 차를 넘어서면 회사는 결코 나를 끝까지 지켜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40대의 직장 생활이 더 힘들고 차갑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생존의 진실이다. 그래서 나는 15년 차를 지나며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회사가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결국 답은 개인의 경쟁력이다. 윗사람과의 관계는 한때의 평안을 보장할 순 있지만, 그 윗사람이 회장님의 직계 가족이 아닌 이상 그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다. 결국 경쟁력의 뿌리는 나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지금, 왜 AI인가?


경쟁력의 정의는 시대마다 변한다. 한때는 통계가, 또 한때는 MBA나 외국어가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 단 하나의 무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AI>라고 말하고 싶다.


챗GPT의 등장으로 AI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여기저기 강좌가 넘쳐나지만,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프롬프트 작성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더 질문을 잘하느냐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챗봇을 넘어 '직접 코딩을 통해 AI를 부릴 줄 알 때' 완성된다.


수십 개의 엑셀 문서에서 정보를 추출해 보고서를 만드는 업무를 생각해 보자. 챗봇에게 시키기엔 너무 복잡하고 일관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직접 코딩을 활용하면 수천 줄의 데이터도 단 몇 줄의 코드로 정리할 수 있다. AI에게 추론을 시키고 외부 DB를 조사하게 하여 논리적인 보고서까지 뽑아낼 수 있다. 내가 하면 며칠 걸릴 일이 하루 만에 끝나고, 시스템을 구축해 두면 나중에는 단 몇 분이면 충분해진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로직'을 설계하는 힘


물론 심리적 장벽은 높다. 영어도 어려운데 프로그래밍 언어라니. 알파벳은 알겠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을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AI가 있지 않은가? 내가 로직만 짤 수 있다면 코딩은 AI가 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코딩적 사고'다. 개인적으로 난 이걸 Rule-based thinking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 그런지는 이어지는 예를 들어보면 확실해질 것이다.


양념치킨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AI에게 "맛있는 치킨 만들어줘"라고 하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정확한 결과, 즉, 맛있는 치킨이 나오려면 중간중간 과정을 상세하게,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


·닭을 그냥 씻는 게 아니라 씻고 난 물의 투명도가 얼마가 될 때까지 씻어줘야 하고

·닭을 그냥 자르는 게 아니라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어느 각도로 잘라줘야 하고

·튀김옷의 농도 기준과, 묻히는 시간, 방법 등이 명확해야 하고

·튀길 때 온도와 어떤 변화가 있을 때 건져야 하고

·어떤 기준에 맞는 양념을 만들어서 어느 방식으로 버무려 줘야 하는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이 규칙이고, 그 규칙이 명확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처럼 만들어줘야 AI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가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그 언어를 완벽히 암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AI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 법칙'을 익히기 위해서다.

AI에게 일을 시키고 싶다면 AI와 같은 사고를 해보자.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떤 언어를 배울지 고민이라면, 언어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는 게 좋다.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파이썬이다. C계열 언어보다 무거울 순 있지만, 초보자가 배우기 쉽고, AI와 연동하기도 용이하다. 역설적으로 요즘 PC의 사양이 매우 향상되어 언어가 무거워도 티가 안 난다. 그렇다면 결국 배우기 쉬운 언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제일 좋은 언어일 것이다.


파이썬을 A부터 Z까지 고시 공부하듯 배울 필요는 없다.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내가 제안하는 실전 학습법은 다음과 같다.


·소설 읽듯 정독하라: 파이썬 입문서를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라.

·유튜브 과제를 복제하라: 잘 정리된 영상을 보며 남이 짜놓은 코드를 그대로 따라 해 보라. 손에 익히는 과정이다. 손에 익히면서 계속 생각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적용해 볼 수도 있겠구나!

·내 업무를 AI에게 던져라: 가장 중요한 단계다. 내 업무 중 AI로 대체할 수 있는 과제를 찾고, 어떤 로직으로 시킬지 고민하며 직접 실행해 보는 것이다.


보안의 벽, 당신의 폰이 답이 될 수 있다


공부를 시작하려 해도 회사의 보안 정책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사내 PC에 파이썬 설치가 막혀 있거나 외부 DB 접속이 안 되는 경우다. 이럴 때 포기하지 마라. 우리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훌륭한 대안이 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DeX 모드를 활용해 보자. 작은 HDMI 허브 하나만 있으면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PC와 흡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필자도 초기에 DeX가 나왔을 때 써보고 안 써봤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있어서 연결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정도면 거의 노트북 수준으로 편리하다. 사무실의 키보드와 마우스가 블루투스 방식이고 전환 기능이 있다면 허브만 있으면 끝난다. 사실 지나가다 누가 봐도 이게 폰 화면인가 하는 의심을 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안드로이드 전용 파이썬 에디터를 설치한다면 하나의 좋은 코딩 머신이 된다.


회사 보안망과는 완전히 분리된 가상 환경에서 마음껏 코딩을 실습하고 e북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갈망이 있다면 방법은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일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회사는 당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당신을 월급보다 더 많이 이용해 먹을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도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 당신이 짬을 내어 배운 AI 지식은 훗날 당신을 살려줄 귀한 생명수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일 중에서 AI로 대체 가능한 것을 찾아보자. 그리고 어떤 로직으로 명령할지 고민하라.


생각보다 많은 일이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명심하자. 내 일이 쉽게 대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내 자리가 위태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파이썬 한 줄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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