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서 사람으로 살아남기
앤트로픽은 최근 자사의 업무용 AI 플랫폼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확장하며, 법률·영업·데이터 분석 등 전문 직무를 자동화하는 플러그인 11종을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리걸(Legal) 플러그인’은 계약서 검토와 NDA(비밀유지협약) 분류, 규정 준수 확인, 법률 브리핑과 답변서 작성 등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실제 업무 환경에서 문서를 읽고 수정하며 워크플로우를 수행하는 형태다.
출처 : 법률신문(https://www.lawtimes.co.kr)
위 뉴스를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제 AI는 단순히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법률 자문 회사와 일부 SW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람들은 이를 ‘앤트로픽 쇼크’라고 불렀다.
AI는 그렇게, 우리의 아주 근처까지 와 있었다.
어렸을 때 궁금한 게 생기면 부모님이나 동네 형에게 물어봤다. 조금 크고 나서는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올렸다. 한때는 ‘인터넷 정보검색사’라는 자격증이 있을 만큼, 정보를 찾는 기술이 하나의 전문 영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엔진을 열지 않는다. 광고를 걸러내고, 블로그를 몇 개 클릭해 보고, 신뢰도를 가늠하며 비교하지 않는다. 그냥 GPT에게 묻는다.
답은 정리된 문장으로, 맥락까지 고려해, 친절하게 돌아온다.
정보를 찾는 시대에서
정보를 요청하는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요즘 내 듀얼 모니터 중 하나는 늘 GPT가 켜져 있다. 보고서를 쓰다 막히면 묻고, 논리를 정리할 때 도움을 받고, 때로는 아이디어의 방향을 점검한다.
물론 AI는 틀릴 수 있다. 아니, 꽤 그럴듯하게 틀린다. 그래서 검증은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업무는 훨씬 편해졌다.
그런데 편안함 뒤에는 묘한 불안감이 따라온다.
“나중에는 얘가 그냥 보고서를 알아서 써서 보고하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
AI 시대에 내가 경쟁해야 할 사람은 옆자리 김대리가 아니다.
내 경쟁자는 GPT다.
AI도 추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데이터의 조합이지, 삶의 체험에서 우러난 통찰은 아니다. 참신한 생각은 그냥 “마음먹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축적된 경험과 감정, 실패와 고민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나는 오히려 이럴 때 AI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실패를 겪고
더 많은 감정을 통과해야 한다
AI는 경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DB를 넓히는 것이 경쟁력이다.
내가 살아낸 시간이 쌓일수록, 내가 내놓는 생각의 결은 달라질 것이다.
“사무직의 9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사도 보았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문서를 읽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요약하고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들
이미 상당 부분 AI가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기술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판단
몸을 쓰는 숙련
복잡한 맥락 속에서의 실시간 대응
예전에는 본사(HQ)에 있다는 것이 힘이었다. 정보와 의사결정이 중앙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중앙을 무력화한다. 이제 정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렇다면 차별화는 어디서 오는가?
직접 해낼 수 있는 기술력이다.
그동안 기피했던 영역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몸을 쓰는 일, 현장을 이해하는 일, 기술을 다루는 일.
AI는 질문에 답한다.
하지만 질문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이 프로젝트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것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어떤 이는 비용 절감을,
어떤 이는 시장 확장을,
어떤 이는 리스크 관리를 본다.
AI는 방향을 제시받아야 움직인다.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는 결과를 낸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보고서가 틀렸을 때,
계약서에 오류가 있을 때,
의사결정이 실패했을 때.
결국 책임은 사람에게 돌아온다.
조직은 결국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단순 작업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의사결정자와 책임자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AI는 데이터를 이해한다. 하지만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조직의 공기를 완전히 읽지는 못한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도,
팀원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피로,
고객의 침묵이 의미하는 불만.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다.
관계, 신뢰, 설득.
이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무대다.
김대리와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GPT와 같은 속도로 사고하고, 더 넓은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AI와 싸워야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AI를 적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이미 느려진다.
AI를 도구로 삼는 순간, 우리는 확장된다.
AI보다 더 많이 배우고
AI보다 더 깊이 경험하고
AI보다 더 책임지고
AI보다 더 사람을 이해하라
경쟁자는 GPT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력한 동료도 GPT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AI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문제를 다루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더 이상 김대리와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