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혼자가 아니야
예전에 비해 극장이 붐비지 않으면서 매진을 걱정하기보다 너무 사람이 없어서 폐관이 될까 걱정되는 일이 많아졌지만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기에 영화관이 어떻게든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픽사에서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지금은 디즈니에 합병되었으니 디즈니의 새 영화라고 할 법도 한데, 픽사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엘리오'인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많다. 보통 픽사 영화가 제목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을 보면 무언가 더 깊은 뜻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감정으로 보면, '우주'라는 배경을 보여주고 싶었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을 것 같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해보면,
주인공 엘리오는 고모랑 함께 살면서 주변과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러다가 박물관에서 보이저호와 관련된 전시를 보면서 내가 살 곳은 우주라고 생각하고 외계인이 자기를 데려가주길 바라며 여러 노력을 하게 된다.
우연한 사고(?)로 진짜로 외계인의 환상 행성으로 소환되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만, 여느 픽사 영화답게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의 사랑을 통해 해결하고 다시 자신은 혼자가 아니란 것을 깨달으며 지구로 돌아와 고모와 행복하게 살면서 우주 친구들과 무선을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무난하다. 주인공은 동글동글한데 약간 통통한 코코 느낌이 나고 성격도 코코랑 비슷해 보인다.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비슷한 플롯을 따른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부모의 부재와 고모의 헌신이다. 고모는 우주인의 꿈을 포기하고 조카를 부양하는데, 엘리오는 우주로 나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둘이 가족이라는 무언의 암시를 보여준다. 고모는 엘리오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결국 네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하며 가족애를 보여준다. 항상 가족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통념에서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그 범주를 더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HAM 통신이라던지, 우주 파편의 궤도라던지 전문적인 이론이 과하지 않게 잘 엮여 있었던 점도 좋았다. 관객을 가르치려고 하면 망하지만 적당히 보여주면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이저호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보이저호 이야기를 찾아볼 정도이니 그 부분은 좋았다고 본다. (과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관객 한정)
여하튼 뻔한 스토리이지만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충분히 재밌고 신났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이와 이야기할 게 많아서 좋았다. 물론 인사이드 아웃이나 코코 수준의 감동이나 놀라움은 아니었지만, 평타는 쳤다고 본다.
구르미 평점 : 4/5
뻔한 김치찌개지만 그래도 김치찌개니까 밥 한 그릇 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