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팬으로서 이 보다 값진 영화가 있을까
원래는 F1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는데,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인 '본능의 질주'를 본 후 F1의 매력에 빠졌다. 아마 그냥 F1을 봤다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달리는 거고, 어느 팀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느 선수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모른다면 뻔한 경주일 뿐이니까. 하지만 내용을 알고 난 후 보니 재미가 있었고, 11살 난 아들도 유튜브에서 관련된 영상들을 보고 난 후 F1에 흥미를 갖게 되고 요즘은 같이 F1 경기를 본방 혹은 재방으로 챙겨보고 있다.
그런 우리 부자에게 이번 영화는 정말 축복과 같은 존재였고, 원래는 개봉일에 보려고 했지만 조금 늦은 개봉주 일요일에 보았다. 아이맥스에서 봐야 하는 영화지만, 멀리 가기는 어려워서 가까운 곳에서 봤다. 레이저 영사기라고는 하지만 관은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나중에 OTT에 나오면 이어폰을 꽂고 TV에서 봐야지.
상세한 이야기에 앞서, F1 더 무비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F1 영화의 올타임 포디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무난한 스토리이긴 했는데, 무엇보다 경주 장면이 엄청났다.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지 싶은 장면들과 나도 모르게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음악과 순간순간이 너무 좋았다. 또한 실제 F1의 배경에서 F1에 나오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융화된 모습도 좋았다. F1에 대한 예의라고 해야 할까? F1을 잘 모르는 와이프도 영화가 끝나고, 최근 본 영화나 공연 중 가장 으뜸이라는 찬사를 한 거 보면 F1 팬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나 재미있는 영화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스토리는 사실 조금 진부할 수 있는 흐름이긴 했다. 탑건 매버릭과 평행이론처럼 이제는 한물간 한창때 잘 나가던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서 영건들과 대결하고 관계를 개선하고 같이 협업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거기에 중간에 로맨스도 약간 끼어 들어가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식을 따른다.
하지만 그 진부함을 영상미와 현장음,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다 메꿔버렸다. 세계 3대 스포츠, 그중에 가장 기술적으로 발전한 스포츠인 F1 답게 기존에도 중계 기술로는 타 스포츠를 능가했다. 앞에도 뒤에도 레이서에게도, 심지어 핸들에도 카메라가 있어서 박진감 넘치는 중계가 가능했는데, 영화에서는 그걸 더 넘어섰다. 어떻게 저런 영상이 가능하지?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제로의 영역에 접어든 소니 헤이즈의 운전 장면은 ('그는 지금 날고 있는 거예요') 슬로우와 함께 심장 박동소리 같은 배경음이 깔리는데, 나도 모르게 숨 죽이며 보게 되었다. 결승선까지 얼마나 남았지, 아직 인가? 아직인가? 잘 가겠지? 그러다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은.. 마치 내가 완주한 느낌이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실제 F1 관계자들의 모습이었다. 실제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루이스 해밀턴'을 포함해서 '24년 기준 F1 레이서들은 다 나왔다고 봐도 무방했고, 중간중간에 감독들 간의 인터뷰도 재미있었다. '본능의 질주'덕분인지 다들 영상 촬영에 익숙해져서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 맨 마지막에 토토의 우리랑 같이 할래 장면도 소소한 웃음이었다. 만약 F1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카메오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실제 F1 경기 때 같이 촬영을 했어서 '24년에 보던 경기를 추억하기에도 좋았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점점 OTT에 밀려서 쇠퇴해 간다는 말이 많다. 극장을 좋아했던 시네마 키즈로서 그런 흐름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계속 나와주고 관객에게 극장에서만 줄 수 있는 감동을 준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영화관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구르미 평점 : 5/5
영상, 음악, 음향, 주인공, 스토리 모든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