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과 문화는 다르지만 사람의 감정은 닮았다
오디오북을 들을 땐 되도록이면 대화가 많고 묘사보단 서사가 위주인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 있는 고전인 '오만과 편견'은 아주 적절한 작품이었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공감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러닝 할 때마다 듣다 보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완독(청?)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18~19세기 영국으로, 당시 영국 사회는 귀족문화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혈통이 좋거나 돈이 많으면 일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자랑스러운 그런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돈이 없는 귀족의 경우 높은 계급 혹은 돈이 많은 귀족과 결혼하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아주 흔한 방법이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라는 유명한 문구는 저 인정이 독신 남자에게 해당하는 것인지, 그와 결혼할 여자와 그 가족에게 해당하는 것일지 모를 이중적인 표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흔한 신데렐라-like 작품이라고 하기에 주인공은 강단이 있고 소신이 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귀족의 집안이지만, 소득이 높은 다아시 씨를 만났을 때 단순히 돈과 지위 때문에 그럴 호감 하거나 하진 않는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여 그를 오만하게 보고 편견을 갖게 된다. (일부 오해가 있긴 했지만.)
그래서 엘리자베스를 좋아하게 된 다아시가 청혼을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를 거절하게 된다. 그럼에도 다아시는 지속적으로 엘리자베스를 도와주고, 나중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결국 다아시와 결혼하게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본 작품의 모든 이야기는 결혼과 연계되어 있다. 모든 여자와 엄마와 친척들은 오로지 결혼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게 오히려 당시의 상황을 풍자한 게 아닌가 싶다. 높은 지위나 부를 가진 사람과의 결혼이 모든 인생의 목적인 것처럼 이 작품은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고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는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수준 차이가 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했다는 것이고, 그 결혼이 서로 간의 진실된 사랑으로 맺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순한 신데렐라처럼 한순간 공주가 된다는 게 아니라 자기의 의도에 따라 공주가 된다는 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요즘이랑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부분도 사실이나, 작가의 상황 표현이나 이야기 전개가 매우 매끄럽고, 극의 긴장감을 계속 이어갔던 점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구르미 평점 : 3.5/5 (작품은 좋았으나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