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어왕자 이야기
본 오디오북은 교보문고 도서관을 통해 들었으며, 다수의 남녀 성우가 녹음에 참여하여 1일 다역으로 인한 어색함은 느낄 수 없었다. 효과음도 적절했고 전체적인 녹음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들어) 봤다. 제목이
다소 직접적이어서, 대략 내용이 그려지긴 했다. 역시 첫 챕터를 읽으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는 상상이 됐다. 그래도 무언가 다른 울림이 있길 바라며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큰 울림은 없어서 아쉬웠다. 그냥 신기한 소재를 들고 왔지만, 그 소재로 끝난 느낌.
섣불리 평론을 하긴 어렵지만, 작가는 일부러 자세한 설명을 배제하여 어류인간에 대해 너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긴 했으나, 그 빈틈을 채울 만한 드라마가 조금 빈약했다.
예를 들면, '파이 이야기'처럼 동물들과 함께 구조선에 표류하다가 발생한 이야기가 신비하게 표현되다가도 맨 마지막에 이게 다 사람들과 싸우고 죽고 그랬던 이야기라면 믿어주겠냐며 반전을 주는 것처럼 머리를 때리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작품 중에 나온 신기한 이야기를 취재하는 TV프로그램처럼 어떤 이유로 아가미가 달린 어류 인간이 된 아이의 일생에 대한 내용만 있다.
물론 소재가 참신하긴 했다.
한 여자가 접대자리에서 술을 살짝 먹고 돈이 없어 다리를 건너다 떨어트린 핸드폰을 주우려다 강에 빠졌는데 그때 어류인간이 나타나 구해주며 떠나갔는데, 그 후 그 여자가 어류인간에 대한 글을 SNS에 올렸다가 어류인간과 같이 살던 형이 메시지를 보내 어류인간 이야기를 해주며 예전 이야기 회상하고, 그러다가 이 여자가 어류인간 찾아가서 그 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가족 간의 사랑이야기로 끝난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가 더 복잡하긴 하다.)
그런데 뭔가 모티브가 극 중에도 나오지만 인어공주의 느낌을 벗을 수가 없고 (/마지막 챕터/ 엄마, 나 인어왕자를 만난 것 같아.) 위에 말한 것처럼 다른 울림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세상에 대한 투영이 있었으면 했다. 당신은 정상적인 인간인가? 당신도 아가미가 있는 게 아닌가? 왜 아가미가 생겼을까? 이 세상을 살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생긴 게 아닌가? 왜 세상은 우리를 땅이 아닌 태초에 우리가 태어난 물로 몰아넣고 있는가? 이런 내용이 있었으면 했는데.. 단순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홀연히 바다로 떠나는 모습은 좀 아쉬웠다. 마치 조금 빈약한 킬링타임 영화 같달까?
차라리 이야기에 집중해서 SF로 가던가, 멜로나 신파로 가던가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도 좋았고, 성우도 좋았고, 수작은 아니지만 평작 정도는 되는 듯.
구르미 평점 : 2/5 (소재에 비해 전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