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재밌었던 추리극
얼마 전 나영석 PD의 '지구오락실'이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흔한 나영석표 예능이지만 어쩔 수 없이 홀린 듯 눌러서 보게 되는 것을 보면 뻔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뻔한 작품은 좋아하지 않고,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다작을 하는 작가는 자신만의 클리셰에 빠져 뻔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했다. 자고로 작품이란 몇 년간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경우도 많았다. 왠지 그의 컬렉션을 모아야 하는데, 너무 많으면 모으기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한몫했던 것도 같다.
그런 통념을 깨게 해 준 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였던 것 같다. 처음 그의 소설을 읽었던 건 영화화되었던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기억한다. 이야기 전개가 마음에 들어 연이어 몇 편을 더 읽고 있었는데, 신간이 나오고 또 신간이 나오고 그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질리게 됐다. 물론 한참 이후 '나미아 잡화점의 기적'이 히트를 칠 때 작가 이름을 보지 않고 읽었다가 이게 '히가시노'의 책이었다니 하고 놀랐던 적도 있다. 그래서 가끔 부담 없이 무언가 읽고 싶을 때 선택하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되었다.
우연히 오디오북을 찾아보다가 찾은 게 바로 이 '마녀와의 7일'이었다. 러닝 머신을 달리면서 들을 책을 고르고 있었기에, 참신함은 재차 하고 안전한 선택으로 고른 책이었다. 역시나 작가의 이야기에 끌려서 의도치 않게 산책을 강요하게 한 책이기에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성은 범죄물의 흔한 형식을 따른다. 사건이 발생하고, 일반인이 경찰이 생각하지 못한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조사하고, 그 사건은 사회 혹은 경찰의 부조리와 연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사건은 주인공에 의해 해결되고 얽혀있던 응어리와 오해도 해결되며 이야기는 끝나는 그런 구성.
약간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I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기존 작품과 연계되는 초능력자가 나온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게 아니라서 확실치는 않지만 세계관을 공유하고 기존에 나왔던 등장인물이 또 나왔던 작품은 기존에 읽었던 작품에는 없었다. 다행히 연계되는 그 작품을 읽진 않았지만, 몰입하는데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그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하였기에 난 더 좋았던 것도 같다. 마치 프리퀄이 기대된다고 할까?
사실 엄청나게 참신한 이야기라거나, 엄청나게 실감 나는 묘사까지는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는 인물 구성과 이야기 흐름은 뻔하지만 찾게 되는 국밥처럼,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나영석 예능처럼 보장된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구르미 평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