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가 만들어 내는 실감 나는 세상
오디오북을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상황을 상상하느라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감정에는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습관적으로 책을 빨리 읽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대화에 묻어나는 감정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마치 억양 없이 말하는 그런 느낌.
그런데 오디오북은 성우가 읽어주면서 연기를 한다. 이런 면에서 AI로 읽는 책보다는 성우가 읽은 오디오 북을 좋아한다. 윌라처럼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은 남자와 여자 성우를 별도로 두는 경우도 있고, 그 정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 여자 혹은 남자 성우 혼자서 다역을 해낸다. 어린아이부터 젊은 남자, 여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그런 면에서 오디오북은 소설을 읽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윌라에서 '사라진 서점'을 읽었던 적이 있다. 두 남녀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사건과 남녀 간 감정이 수많은 대화를 통해 전해진다. 그럴 때 성우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마치 라디오 드라마 느낌이 난다.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창밖을 보며 오디오북을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듯한 상상이 된다. 글을 읽는 피로를 날릴 수 있어서 다른 여유가 찾아온다.
아마도 내가 오디오북을 좋아하는 것은 와이프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와이프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길 좋아한다. 아이가 책을 안 읽으니 억지로라도 듣게 하려고 읽어준다고는 하지만, 나름 즐기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가 11살이 된 지금도 와이프는 아침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나도 멀리에서 출근 준비를 하며 그 책을 듣고 있으면 새로운 것도 알고, 우리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 같아 기분이 따뜻하다.
요즘은 러닝 하면서도 오디오북을 듣는다. 처음엔 비트가 빠른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은 오디오북을 듣는 게 재밌다. 물론 러닝머신 앞에 있는 TV를 볼 수도 있지만, 땀 때문에 안경을 벗고 달리기에 보이지가 않고, 빠르게 달릴 때 화면에 집중하면 어지럽기도 하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듣는다. 심심하지 않아서.
그런 날 보고 지인은 신기하다고 했다. 비트가 빠른 음악을 들어야 기운이 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멀리 달리기 위해선 동일한 속도를 더 느린 심박수로 달려야 한다. 즉, 안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디오북은 매우 효과적이다. 나중에 마라톤을 도전하게 된다면, 재밌는 책 한 권을 재생하고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달려봐야지.
혹시 오디오북을 안 들어 보셨나요? 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