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바닥을 친 사람은 다시 올라갈 길만 남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추락의 깊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오히려 좌절의 익숙함에 스스로를 다시 내려놓기도 한다. 내가 닿았던 곳이 정말 ‘바닥’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깊이는 선명히 남아, 나는 여전히 자주 아래를 바라본다.
익숙한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은 쉽다. 반대로 알 수 없는 길을 올라가는 것은 어렵고 두렵다. 보이지 않는 미래 앞에서, 나는 때때로 알아가고 싶지도,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 넘어지고 굴러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결국 ‘어른’으로 서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어릴 적,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는 상처가 언제나 나보다 더 어른이었던 누군가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그늘에서 벗어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왜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단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이 되는 걸까? 영화와 책은 가족을 일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살아가는 책임 속에서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른이 될 수 없는 걸까?
문득, 예전 직장에서 나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른다. 생기로 가득 찬 그 눈들이 나를 향했을 때의 긴장감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그 눈빛 앞에서 올곧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내 치부를 감추고 정돈된 삶만 보여주려 애썼다. 그러나 추락의 깊이를 아는 나는 이제 다르다.
그 깊이에 떨어졌던 사람들이 내 글을, 내 단어 하나라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떨어졌던 우리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다시 아래를 바라보더라도, 나는 그들을 위해 위를 향하겠다고. 더럽고 상처투성이의 나일지라도, 올라가는 그 모습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