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상태
친한 친구와 자주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날 그는 모든 생명에게는 하나의 자아가 있고, 그 자아가 보여주는 상태들은 변화무쌍하며 바꾸어지는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주 ‘존재’와 ‘상태’를 헷갈린다. 말할 때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내 삶에 적용하려 하면 복잡해진다.
나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다. 동시에 건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게으르지만, 또 성실하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모두 품고 있는 것이 나다. 이 모든 것은 자아의 실체가 아니라 가면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종종 그 가면 하나에 집착해, 그것만이 내 진짜 모습이라고 믿곤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는 가면을 쓴 채 그것이 전부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렇게 되면 모든 행동이 제약된다. “사실 나는 아픈데, 저 사람은 내 진짜를 몰라. 만약 알게 된다면 떠나겠지.” 이런 생각은 결국 내 삶을 좁히고, 관계를 가로막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나에게는 다양한 가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사람의 가면’도, ‘성실한 사람의 가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진짜일까? 어쩌면 진짜는 가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자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믿음을 가지려 한다. “나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진 사람이다.” 이 믿음을 의식하면 제약이 풀린다. 타인이 내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때, 예전 같으면 “그건 내 진짜가 아니야”라며 부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 그 또한 내 안에 있는 면모지”라고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울 때도, 그것이 곧 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성실한 나 또한 존재하니까.
사람에게는 주로 쓰는 가면이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여러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고, 그 속에서 자기 믿음을 세워간다. 중요한 건 어떤 가면을 쓰느냐보다, 내가 다양한 가면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자 그럼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믿음을 가진 가면을 가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