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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Dec 30. 2021

크리스마스 눈치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같은 아파트 사는 언니네와 함께 한 후 아이들은 그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겠다며 우르르 몰려갔다. 낮시간에 이리저리 바빴던 나는 아이들 선물을 사놓고 숨겨두기만 했는데 몰래 준비할 시간을 벌어 다행이다 안심하며 늦은 밤 여유롭게 숨겨두었던 선물 포장을 시작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선물이 모두 부모님들에게 나온다는 걸 듣고 나서도 나의 뻔뻔한 거짓말에 다시 속아 믿었다 안 믿었다를 몇 년째 반복 중이다. 사실 믿기만 해도 선물을 주신다는데 왜 안 믿고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은 선물을 뜯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보니 매년 12월 초, 가지고 싶은 선물을 편지로 써 현관 앞 우유 가방에 넣어 놓는다. 산타 할아버지가 언제 가지고 가는지 학교에서 다녀올 때마다 가방 안을 열어 보며 조급증을 내다 잊을 때쯤 편지가 사라진다. 그런데 이 녀석들, 편지지에 정성을 담는 정도가 덜해지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비해 믿음이 약해진 것 같긴 하다.


 한 해 두 해 받는 선물이 아닐 텐데도 크리스마스 선물 개봉 전 아이들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누가 먼저 뜯을 것이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산타 할아버지가 내가 원하는 선물을 잊지 않고 구해 주셨을지, 평소 행동에 찔리는 마음으로 조금씩 뜯어가는 첫째가 원하는 선물을 발견하면 둘째는 잽싸게 한 번에 포장을 북북 뜯어 내며 감격에 겨운 환호성을 쏟아낸다. 올해도 성공?!


 단번에 딸과 아들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아 내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둘째가 선물의 가치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네 살 무렵이었는데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피규어를 선물로 골랐다. 딸은 조금 고가의 사이즈가 큰 선물을 택했는데 가격도 사이즈도 균형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아들 선물을 가격대를 비슷하게 맞추어 두 개 넣은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누나 꺼 먼저라는 동생의 말에 선공개를 한 딸은 원하는 선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커니! 이때다 하고 둘째는 망설임 없이 포장을 뜯어냈다. 원하던 선물이 나오자 "아! 신비 아파트! 아!~~ 아......" 월드컵 역전 골이라도 넣은 듯 소리치던 아들의 음성이 점점 작아진다. 딸아이는 선물의 종류는 생각도 않고 동생이, 그것도 말 안 듣는  동생이 두 개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OO 이는 선물이 두 개..." 딸은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다'는 국룰에 반하는 현실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목이 메었다. 양심은 있었는지 찔리는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한 것은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숨도 못 쉬고 한참을 누나의 눈치만 보며 큰 눈을 굴려대다 한참 뒤 조심스레 숨을 내쉬는 모습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로도 나는 선물의 가격에, 아이들은 개수에 기준을 둔 눈치게임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올해 마음을 바꾸어 두 가지 선물을 적어 놓은 아들의 편지를 무시하고 공평하게 하나씩 포장해 아이들이 없는 사이 몰래 놓아두었다. 선물을 뜯어본 아이들은 이번에도 원하는 선물이라며 기뻐했다. 그런데 아들이 "이상하네? 나 두 개 적었는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나도 하나, 너도 하나! 맞잖아."란 나의 말에 "무슨 소리야~ 싼 거라서 두 개 적었는데. 해외배송이라 못 구하셨나?" 라며 선물을 앞 뒤로 돌려보더니 이내 사라졌다.



 

컴플레인 없는 완벽한 산타 역할은 언제쯤 가능할는지. 내가 속이는지, 속는지도 모르는 이 눈치 게임을 내년쯤엔 '드디어 밝히는 선물의 출처'로 산타 엄밍아웃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올 한 해에 손 흔들어 인사하고 대리 산타는 여기에서 마무리! 내년엔 내 선물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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