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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Jun 03. 2022

널 용서할게.

 이 꽉 깨물고

 며칠 전 있었던 황당하고 불미스러운 일은 결국엔 A라는 친구의 실토와 사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마지막까지도 숨기고 싶어 하던 A는 마침내 자신이 저지른 일을 그렇게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털어놓았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나 또한 입에 발린 거짓말을 매일 하다시피 한다. 친구 화장이 떠서 수정해야 할 듯싶어도 '괜찮아 예쁘다. 나만 예쁘면 된다.' 같은 위로성 거짓말, 괴로워 죽기 일보 직전에도 '난  아무렇지 않다.' 같은 자기 위로를 위한 최면형 거짓말,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 같이 초등 3학년 아들도 믿기 힘들 다 너 잘되어라형 거짓말까지 이번 주만 해도 친 뻥이 상당하다.




 어제 또 다른 피해자인 친구를 만나 시원하게 악덕담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니 요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피골이 상접하고 싶은 내 얼굴이 보였다. 평소 같으면 '양치해라. 발 씻어라. 숙제했냐' 챙기기 바쁠 시간에도 빨리 침대에 눕고 싶은 생각뿐이다. 마침내 아이들을 옆에 하나씩 두고 잠이 들 시간, 컴컴한 방 천장을 응시하다 '널 용서할게.'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상황을 너무나 후회하고 후회한다'는 A의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냐며 매몰차게 몰아붙였지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해야 했을까에 대한 고민과 의구심이 컸다. 때마침 금쪽이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이번 솔루션 대상이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인 금쪽이'란다. 이런 일이 있으니 눈에 번뜩 띄기도 했겠지만 신께서 너 이제 그만하라고 내려주신 계시인 듯 해 가슴이 뜨끔 했다. 

 


   [ 널 용서할게. 용서한다. 아마도 넌 쉽게 변하지 않고 언젠가 본래의 너로 돌아오겠지만, 널 보지 않을 것이고 시간을 되돌리지도 못하지만, 널 용서한다. 내가 믿는 신의 은총을 너에게도 부탁드릴게. 네가 하려는 일이 무사히 끝나 네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빌어줄게. 만약 이번 일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이 생긴다면 나 또한 두고두고 마음이 편치 않을 터이니 어쩌면 나를 위해 하는 용서겠지만 우리의 다른 신이 모두 너와 함께 하길 기도하겠다.]




 용서를 잘하고 좋은 게 좋다고 넘기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많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내 자식 생각해 그런다는 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더니 금쪽이들 낳고 살다 보니 나 또한 같은 길을 간다. 결국엔 용서라는 것도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나를 위한 일인 듯하다. 부르심을 주셨으니 그간 오랫동안 땡땡이치느라 가지 못한 미사에 낯선 얼굴로 앉아 그간의 잘못과 용서 파일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믿기 힘든 계기를 통해 사실을 알게 하시고 저질 체력으로 말미암아 빠른 용서를 택하게 하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God bless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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