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는...
향기는 '과거를 기억하게 햐는 소환버튼'이다.
한순간에 그때로 돌아가게 하기도 하고
엉뚱한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향기는 단순히 냄새를 넘어 감정, 기억, 개성을 표현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나는 노래와 향수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어릴 때 엄마가 틀어 놓았던 라디오는
나에게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었고
노래를 항상 듣게 하는 습관을 들게 해 주었다.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회사가 많지는 않겠지만
나는 업무의 특성상 라디오나 노래를 작게 틀어놓고 작업할 수 있었다.
야근을 할 때면 볼륨은 점점 커져갔고 그 시절
인기곡이 나오면 흥얼거리며 도면을 그리기도 했다.
노래를 고르는 일은 내 담당이었다.
그날의 날씨, 기분, 분위기를 담아서 노래를 틀고
일을 했다. 이 노래는 정팅장이 좋아하는 노래고,
이 노래는 김대리가 남자 친구랑 헤어졌을 때 많이 들었던 노래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은 팀워크도 좋았다. 회식 끝나고 노래방에 가서 함께 노래를 열창하고는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 때문에 지쳐 갔지만 서로 격려해주는 동료애가 생겨 나름 행복한 시절이었다.
지금도 어떤 노래가 나오면 나는 그때 그 순간과
그 사람이 생각난다.
출퇴근 때에도 나는 노래를 들으며 오간다.
눈은 컨셉이미지를 찾아가면서...
노래는 내 삶의 배경이며 과거의 추억이다.
나는 후각이 예민하다. 그래서 불편할 때가 많다.
항암 후유증으로 요즘은 냄새를 잘 못 맡는 거 같은데
그래도 조금은 잠깐은 향기가 나는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
'이 향은 뭐지? 좋은데... 어디서 나는 거야?
누구한테 나는 거야?'
향기의 주인을 찾다가 뒷모습을 발견했다.
"저 남자구나. 이 향의 주인이... ' 얼굴은 안 보인다.
'따라갈까? 이 향수는 뭔가요?'궁금한 게 많은데
'언젠가는 꼭 따라가 볼 거야 '이상한 결심을 하고
정신 차려~ 내려야지.
꿈에서 깬 듯이 한동안 멍한...
엉뚱한 내 모습에 웃음 지으며
나는 그냥 향기가 궁금한 거라고. 진짜---
이날 들은 노래는 뭐더라...
[새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마저
불어오는 바람 따라가고
보고픈 그대 생각 짙어져 가는
시월의 아름다운 이 밤에]
-가을밤에 든 생각. 잔나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어떤 노래와 향기로 기억될까?
향기로운 사람이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