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다'를 보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DVD 영화 '이다'. 제목 자체가 좀 특이하다. 간명한 단어. 어감 상 사람 이름인 것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 DVD 겉 케이스에는 흑백영화임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 보이고 있다.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할 것 같은 영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은 영화, 조용히 침묵을 강요하는 하는 듯한 영화, 그런 점에 이끌려서 이 DVD를 집어 들었다.
이 영화는 예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이루어진다. 칼라촬영기술이 없던 시절에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 최근에 제작된 영화이면서 흑백영화이다. 일부러 흑백으로 제작하였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가끔 흑백으로 된 예술사진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장면도 나온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이다는 별로 말이 없다. 가끔 눈만 뜨고 주시하거나 눈을 감고 생각하는 장면만 연출한다. 그러면서 장면이나 주위 사람의 말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화는 별로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베일에 싸인 것 같은 여자, 우리 관객은 그녀의 생각을 추측하면서 영화를 이해해야 한다.
영화의 처음 장면은 수녀원에서 예수상 얼굴에 붓질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곧 종신서원을 앞두고 있다. 원장 수녀는 그녀에게 유일한 혈육인 이모(완다)를 한번 만나보라고 한다.
그녀는 이모를 만난다. 이모 완다는 과거 풀란드의 사회주의 시절 판사까지 한 엘리트이다. 그러나 지금은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외간 남자와의 자유분방한 육체적인 관계를 즐긴다. 그녀는 스스로 창녀라고 자조한다. 둘은 이다 부모님의 죽은 묘지를 찾기로 한다.
이다의 아버지 하임과 어머니 로자가 살았던 집에는 펠릭스가 살고 있다. 펠릭스는 이다에게 부모님의 묘지를 알려줄 테니 부모님이 살던 집의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하고 이다는 이에 응한다. 이다 부모님의 시체가 묻힌 장소를 찾게 되고 이다 부모님이 양육하던 완다의 어린 아들도 같이 묻혀있음을 확인한다. 그 모두를 죽인 사람은 펠릭스임을 확인한다. 완다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느 날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다는 이제 혼란스럽다. 이다도 완다처럼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다른 남자와 육체적인 관계도 맺어 본다. 그리고 이다는 다시 수녀복을 입고 나선다. 그녀가 길을 나서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다가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암시도 없다.
과연 이다는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 종신서원으로 하고 수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혼돈스러운 세상속에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세상 속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이다라면 이런 경우 수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세상 속으로 돌아갈 것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영화의 모든 스토리는 암시적으로 진행하면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이해력이 부족한 나는 멍할 때도 있다. 그러면 다시 DVD를 되돌려서 보아야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한참 동안 생각할 거리를 준다. 시끄럽고 현란하게 떠드는 영화보다는 이렇게 조용히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