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유럽여행 4(영국 런던 2)
작년 2025. 11. 1. 역사적인 이집트대박물관이 개관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건축을 시작한 지 20년이나 걸렸다. 이집트 카이로박물관이 기자 피라미드 옆으로 옮겨온 것이다. 옮겨오면서 룩소르, 테베 등에 흩어져 있던 유물도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황금마스크로 알려져 있는 투탄카멘왕의 갤러리도 개관하였다. 나는 오래전 한국으로 순회온 투탄카멘왕의 유물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복사품이다. 그런 보물은 진품이 국외로 반출되지 않는다. 국보급 물건은 전시용으로 제작된 복제품으로 순회하며 전시한다.
고대문화라고 하면 이집트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으로 보면 아득한 신화의 시대, 단군이 나라를 세웠다는 시기에 이런 건축과 유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그런데 이번 이집트대박물관 개관으로 인하여 유럽열강이 반출해 간 유물의 반환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유물이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로제타석판이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때 발견한 것인데 이 로제타석판으로 인하여 수 천년 동안 암흑에 가려졌던 이집트 문자가 해독되었고 이집트역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반출 유물은 베를린 신박물관에 소장된 이집트 왕후 네페르티티 흉상이다. 이것도 베를린 신박물관에서 보물이라고 할 정도로 대표적인 물건이다. 내가 작년에 베를린 신박물관에 갔을 때 멀찌감치부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여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네페르티티 흉상의 오른쪽 눈이 채색이 되지 않았던 점이다. 마치 백내장이 있는 것처럼.
유물반환문제는 오랜 전부터 거론되었던 문제인데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 유물을 가져갈 당시 그것이 합법적이었느냐 불법적이었느냐에 대하여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당시는 힘이 있는 국가가 약소국을 점령하였을 때이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이런 보물들의 반환을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자국의 보관능력을 문제 삼았는데 새로이 박물관을 세워서 보관문제가 해결된 시점에서 어떠한 궁색한 이유를 댈지 궁금하다.
영국에서는 이집트 로제타석판뿐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의 내부조각물을 떼어 가져간 것이 있는데 소외 '엘긴 경의 마블'이라 한다. 영국의 '엘긴 경'이 가져가서 그런 명칭을 붙였다. 오래전 내가 런던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이를 처음 보았다. 당시에는 '엘긴 경의 마블'이라는 명칭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이 유물에 대하여도 그리스에서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을 새로 지으면서 반환을 요구하였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이에 대하여 어떠한 궁색한 이유를 댔는지 모르겠다.
사실 유럽의 박물관이라고 하는 것이 고대 그리스, 로마나 이집트 유물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그것이 없다면 나머지는 중세 문명만으로 박물관을 채워야 한다. 어느 박물관이나 그리스의 조각품이나 미이라를 갖추어 놓아야 구색을 갖추었다고 할 정도이다.
내가 일전에 호주 시드니에 있는 호주박물관에 갔을 때는 무언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호주박물관에는 고대와 중세 문물이 없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호주에는 고대와 중세가 없다. 호주문명은 19세기 중반 제임스 쿡 선장이 호추대륙을 발견한 이후의 문명인 것이다. 그 전의 문명이라는 것은 호주 원주민의 문명밖에 없다. 나는 호주 원주민의 문명에 대하여 좀 찾아보려고 하였는데 이마저도 별로 볼 것이 없었다. 그만큼 그리스, 로마, 이집트 문명이 유럽의 역사뿐 아니라 박물관 내용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대단하다.
이집트대박물관을 한번 보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카이로로 가는 직항이 없다. 저번 우리나라 대통령이 카이로에 갔을 때 아직도 한국에서 카이로행 직항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는데 사실 모든 것이 영업적인 문제와 맛 물려 있다. 이용 승객이 많아서 장사가 되면 직항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중동지역이나 유럽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장시간 탑승이 만만치 않다.
옥스퍼드. 한 도시 전체가 대학교 건물로 이루어진 거리이다. 우리 일행은 런던에서 3일을 머무르면서 하루는 옥스퍼드에 들었다. 어느 대학 정문에서 사진을 한 판 찍으려는데 정문 수위가 사진 모델로 응했다. 아마 정문 수위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는 일일 것이다. 모델료도 받지 않고 웃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에 응하는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안에는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 바닥에는 죽은 사람들의 관이 묻혀 있다고 하였다. 중세시대에는 교회 지하에 죽은 사람의 관을 묻었는데 지금도 관이 그대로 묻혀 있다고 한다. 교회 바닥을 보니 당시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옛날에는 교회 바닥을 무덤으로 사용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 바닥에도 베드로 무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옛날에 인구가 많지 않던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지 지금처럼 교회신도수가 많은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옥스퍼드 거리를 나오면서 무슨 작은 레스토랑에 들렀다. 식사로 마른 빵 두 개와 뼈에 살이 붙어 있는 돼지고기가 나왔는데 너무 단 맛이 났고 덜 익었는지 나로서는 느끼한 맛이었다. 식후 커피가 나왔는데 무슨 커피잔이 그리 큰지 (한국으로 말하면 국 사발 정도 되는 그릇임) 조금만 마시고 거의 다 남겼다.
또 비가 계속 오길래 금방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한참 후 환한 햇살을 받으면서(미친 날씨처럼 변화가 무쌍하다) 옥스퍼드거리를 걸었다.
옥스퍼드 대학교 거리를 나와 중심대로를 걷다 보니 거리의 악사가 보인다. 혼자 아코디언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는데 우리 일행이 지나가니 뭐라고 한다. 무슨 말인 줄 모르겠다. 앞에는 동전 바구니가 하나 있었고 우리 일행 중 누군가 동전 하나를 들어 보이며 던져 주려고 가이드한테 물으니 가이드가 하는 말이 그 돈 주려면 오히려 주지 않는 것이 낮다고 하였다. 거리의 악사도 자존심이 있어서 아주 적은 돈을 주면 기분 나빠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20펜스인지 던져 주었는데 거리의 악사는 매우 기분이 좋아하면서 무어라고 떠드는데 무슨 말인 줄 알 수 없었다. 거리의 악사지만 우리가 볼 때는 영화배우 못지않게 핸섬하다.
사진에서만 보던 대영박물관에 드디어 도착하다. 우선 들어가면서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판 찰깍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관광가이드는 이집트 미이라관과 그리스관 쪽으로 만 안내하였다. 아마 우리 팀이 대영박물관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예상하였는데 어차피 전체를 다 볼 수는 없으니 가장 진기한 코스로만 안내하는 것 같았다.
먼저 미이라관부터 보기로 하였는데, 다행히 1층에서 각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대영박물관은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처음 지을 때부터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미이라관에 들어서니 약간 썩은 냄새(무언가 오래된 것 같은 그런 냄새), 마치 수십 년 된 종이 더미가 보관되어 있는 창고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런 냄새가 났다. 고대 이집트의 각 종 미이라(시체)들과 미이라를 넣었던 통이 전시되어 있었고, 미이라관에서 발견된 뼈만 남은 시체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미이라(주로 왕이나 왕족임)들이 말없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백 년 동안 말없이 세계 각국의 방문객을 맞이하였을 텐데 앞으로도 얼마동안 관광객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어야 할까, 이집트인들은 당시 영혼 불멸사상이 있어서 미이라를 만들었다는데, 만약 그들의 믿음대로 그들의 영혼이 살아 있다면 고국인 이집트를 떠나서 머나먼 영국에 누워있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미이라를 만드는 과정이나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영박물관은 다행히 내부에서 사진촬영이 허락되어 미이라전시물 앞에서 사진 촬영 한판하였다. 스핑크스 석상도 여러 개 보였음.
그리스신전(파르테논신전)의 여기저기 조각물을 떼어서 그대로 전시해 놓고 있었다. 영국의 엘긴 경이 그리스에서 가져와 전시해 놓은 것으로 소외 엘긴 마블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문화재를 가져다가 전시해 놓았으니 어떻게 보면 문화재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신전인지는 모르지만 신전전체를 둘 기둥 채로 떼어다 옮겨놓은 것도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네레이다 제전이라고 하는데 신전이 아니고 무덤이라고 한다.
그리스 측에서 영국에 대하여 그리스 유물에 대하여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영국에서 거부하였다고 한다.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그리스의 보관능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에서 파르테논신전 아래쪽에 최신식 현대식 박물관을 건립하였다며 옛날에 가져간 문화재를 반환해 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영국에서는 어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 전시물 하나씩 옆에 붙어있는 설명서도 보고 음미하면서 관람을 하면 좋을 텐데 많이 아쉽다.
일정상 시간이 남아 테임즈강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하였다. 테임즈강물은 물색깔을 보아서 한강보다 깨끗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약 40분가량의 코스로 유람선을 탔는데 강을 거슬러 가면서 강 주위의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런던 브릿지 밑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가져간 디카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강에서 바라본 런던 브리지 장면을 화면에 담지 못하여 아쉬웠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헤롯백화점이 보였다. 이 백화점은 이집트의 부호 요하메드 알파예드의 소유라고 한다.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비운의 운명을 맞이한 도디 알 파예드는 그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여행이란 휴식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지금까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다른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내부적인 세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그런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 다니기에는 나의 남은 여생도 짧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나라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잡(job)이 문제일 것이다. 돈을 싸 짊어들고 가서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된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나라에서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여행사를 통한 관광이 대게 그러하듯이 빠듯한 일정대로 움직이므로, 자세히 각 나라의 독특한 정서를 느끼기는 어렵다. 천천히 뒷골목까지 거닐며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면서 느긋하게 다녀 봐야 그 나라의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몸뚱아리는 한국이라는 땅덩어리에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지구라는 둥근 물체 위에 살고 있다. 전체 지구촌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느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런던에 다녀온 것은 15년 전인데 지금 가면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가보고 싶은 곳은 무궁무진한데 이제 장시간 비행기 타는 것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 삶은 유한한 데 갈 곳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