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시보가 저렇게 눈물만큼 일 줄이야

서유럽 여행(2)-루브르, 베르사이유 궁전

by andre

얼마 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보물 도난 사건으로 한동안 뉴스에서 떠들썩했다. 범인의 일부가 잡혔으나 아직 보물의 행방에 대하여 확인되었다는 보도는 없다. 보물이 원형 대로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만약 범인들이 이를 녹여 금덩어리로 변환하였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원형 그대로는 수천 억 원의 가치가 있겠지만 이를 녹인 금의 값으로 계산한다면 이에 비할 수 없을 가치가 될 것이다. 이 보물은 누구나 도난당한 물건임을 알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세상에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절도로 취득한 물건은 장물이라고 하여 이 것을 구입하면 장물취득죄로 처벌을 받고 원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프랑스 법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을 전제로) 물건이 원형 그대로 세상에 나타나려면 수세기가 지난 후의 일일 지 모른다.


오래전 루브르에서는 이와 비슷한 절도 사건이 있었다. 루브르에서 대표적인 보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모나리자'. 다행히 절도사건의 범인이 잡혔고 그림도 회수되었다. 루브르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람하게 되는 '모나리자'가 없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내가 14년 전에 루브르에 갔을 때도 '모나리자' 앞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람이 미어터질 것이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저 멀리 손바닥만 한 그림만 보고 허겁지겁 나오는 것은 제대로 된 그림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파리라는 곳이 원래 패션의 도시이고, 예술의 도시인지라 호텔 내부 인테리어 하나하나 칼라와 디자인이 감각적이다. 호텔 로비에 있는 소파, 카페 의자 모두 감각적이다.

호텔 방바닥이 카펫으로 되어 있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나에게는 불편하다. 카펫이 밀리면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도착 첫날은 얼마나 피곤한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중간에 다시 깨어나 샤워를 하기도 하였다.


호텔방 변기에 앉으니 두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서양인들의 다리가 길어서 변기의 높이가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다리가 붕 떠있는 상태이고 어색한 자세이다 보니 용변도 잘 나오지 않는다.


아침에 호텔 로비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당연히 밥은 없고 주로 빵과 과일이다. 살찌는 것을 걱정하여 빵은 조금만 먹고 여러 가지 과일로 배를 채웠다. 커피를 한잔하고 싶다.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오다가 쏟을 까봐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흑인 여종업원에게 ‘헬프미’ 그러니 흑인 여종업원이 다가온다. 내가 “어 컵 오브 커피”라고 하니 무슨 종류를 원하느냐고 묻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커피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해야 한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 “에스프레시보!” 평소 나는 커피에 대하여 무식한 지라 그 수많은 커피 종류를 구분할 줄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카페라테, 맨날 사무실에 타먹는 커피믹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 정도이다. 조금 후 여종업원이 아주 작은 컵에 눈물 한 방울 정도 분량의 커피를 담아 온다. 아, 에스프레시보가 저렇게 작은 용기에 담아 나오는구나! 난 보통 커피를 먹고 싶은데... 부탁한 처지에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마셔야 한다. 그날 나는 에스프레시보가 그렇게 작은 용기에 담아 나오는 줄 처음 알았다.


오전 일정은 루브르 박물관. 티브이나 사진에서 보던 대로 루브르 박물관 마당에는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가 보인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배경으로 나오는 장소이다. 피라미드 밑 계단을 통하여 박물관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현지 가이드는 다른 일행을 데리고 움직이고 인솔자와 나는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통로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부지런히 걷기 바쁘다. 인솔자가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다비드상이 어떻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저떻고 이야기하는데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목이 잘린 동상도 보이고 다비드상도 보인다. 나폴레옹대관식을 그린 그림도 보인다. 목이 잘린 동상은 원래부터 목이 없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다른 머리를 조각하여 얹어 놓았다고 한다. 인솔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도 내가 알고 있는 부분에만 귀에 들어올 뿐,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신화를 제대로 공부하고 가야 한다.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내가 서양문화에 대하여 얼마나 무식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부브르 피라미드 _220511750.jpg 루브르 박물관 광장 피라미드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


image01.png 밀로의 비너스

그날 점심은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달팽이 요리를 먹었다. 별로 내키지 않았다. 저런 걸 별미로 먹는다니! 점심 후 여행사버스는 콩코르드광장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프랑스혁명이 일어났고 마리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일명 기요틴)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관광 일정상 광장에 내리지는 못하고 여행사버스로 지나가면서 보았는데 저 멀리 오벨리스크도 보인다.

여행사 버스가 파리 개선문 부근에 정차하였다. 개선문 안으로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고 한다. 다른 일행들은 파리의 전망을 보러 꼭대기로 올라가는데 내 걸음으로는 올라갔다 내려올 시간이 없다. 개선문 주위를 서성거리며 사람들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이 부근이 유명한 상제리제거리이구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오벨리스크_221247323.jpg 콩코르드 광장


개선문_220939879.jpg 개선문


다음 코스는 베르사이유궁전. 버스주차장에서 내려 베르사이유궁전 입구까지는 한참 걸어가야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입구부터 마당이 전부 돌조각으로 되어 있어 울퉁불퉁하다. 걷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현지가이드가 베르사유궁전에서 1시간 30분의 자유시간을 준단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1시간 30분이라니! 나로서는 걸어 다니기 바쁘다.


여행사 측에서 나누어 준 수신기를 들고 다니며 현지가이드가 설명하는 것을 청취하라고 하는데 양팔을 클러치를 짚는 데 사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곤란한 상황. 수신기가 작은 이어폰으로 되어 귀에 꽂으면 좋을 텐데 구형 핸드폰처럼 무거워 들고 다닐 수 없다.(14년 전이라 사정이 그랬을 것이고 지금은 작은 이어폰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수신기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걷기 바쁘다. 다른 일행은 현지가이드를 따라 움직이고 나는 인솔자와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로 하였다. 궁 안으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데 계단 층간이 높고 길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자세히 볼 시간이 없다. 궁전 안은 화려한 무늬와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고 관광객들로 복잡하다. 창문으로 보이는 궁전 뒤를 보니 분수가 보이고 엄청나게 넓은 정원이 보인다. 인솔자의 말에 의하면 이 정원이 얼마나 넓은 지 파리 시민 중에도 제대로 다녀본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뒷정원 _220845052.jpg 베르사이유 궁전 뒷마당


마리앙트와네트_223540451.jpg 마리앙투와네트의 침실

마리앙투와네트가 사용하던 침실과 침대가 있었는데 밀폐된 공간의 방이 아니고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어 누구나 침실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워낙 귀하신 몸이니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즉시 조치할 수 있기 위하여 개방이 되어 있단다. 사생활이 전혀 보장이 되지 않는 왕후의 잠자리, 얼마나 불편할까,

베르사이유궁전에는 엄청난 대형 미술품도 많이 있으나 자세히 볼 시간이 없다. 한쪽 벽을 꽉 채운 엄청난 크기의 그림도 보인다.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대관식이라는 그림이다. 거울의 방이라는 곳으로 들어가니 사방벽면이 온갖 거울로 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궁전 내부에는 조각상, 회화 등 미술품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다.



거울의방_224902340.jpg 거울의 방

파리시내의 풍경은 어디를 가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초가을의 날씨에다 약간의 낙엽과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건물의 풍경은 정말 그림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도 텅텅 빈 실내 카페를 두고 추운 노천카페에서 술을 마신다고 한다. 파리 사람은 낭만스러움이 넘치네.

파리의 전경_230451066.jpg 파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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