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 안에는 아직 콰지모도가 종을 치고 있을까

서유럽 여행(3)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by andre

때로는 현실보다 환상속이 좋아서 그 환상에 머무르고 싶을 때도 있다. 냉정하고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느니 달콤하고 꿈같은 환상을 마치 현실인 양 생각하고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다. 무너지는 내면세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심리적 방어기재가 무의식으로 작동하는 때가 있다.



르사이유궁전을 보고 나서 센강을 운행하는 ‘바토뮤슈’라는 유람선을 타게 되었다. 센강 전체를 운행하는 코스는 아니고 어느 정도 가다가 돌아오는 코스이다. 센강 주변에 있는 오르세미술관이니 노트르담 성당 같은 주요 명소 옆으로 지나는 코스인데 40분 정도 소요된다. 인솔자가 일러주길 유람선이 처음 출발할 때는 날씨가 괜찮은데 한 바퀴 돌고 돌아올 때는 추우니 옷을 두껍게 입으란다. 입고 있는 옷이 그렇게 두꺼운 옷은 아닌데 어쩔 수 없다. 유람선선착장에 있는 가게에서 생수를 사려는데 작은 병에 2유로 30센트이다. 시내슈퍼에서는 60센트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4배 정도 비싸다. 등 뒤에서 누군가의 입에서 ‘비싸다’라는 한국 말이 들린다. 파리에서는 여기저기서 한국말을 듣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지붕이 없고 관광객용 의자만 있는 구조이다. 유람선이 움직이니 센강 좌우로 파리의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센강 주변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내 앞에 앉아 있던 중국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일어서니 내 앞의 시야를 가리고 만다. 일어서기 불편한 나는 앉은 채로 사진기를 위로 들고 겨우 사진을 찍었다. 센강 주변에는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박물관, 오르쉐미술관 등 파리의 명소들이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센강은 한강에 비하면 매우 규모가 작은데 강폭은 한강폭의 5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 서울의 중랑천의 폭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인상파화가들의 그림에서 보았던 센강은 운치가 있었는데 지금 세느강변은 너무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옛날의 운치는 없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을 텐데.

현지가이드가 안내하기를 저녁에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는 옵션이 있다고 한다. 가보고 싶기도 하나 내 몸이 너무 피곤하다. 인솔자와 같이 숙소로 와서 쉬기로 하였다.

센강 유람선에서 본 노트르담 사원
센강 유람선에서


다음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에펠탑에 올라간다고 하였다. 현지가이드 말에 의하면 에펠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는데 보통 1시간 이상 기다린다고 한다. 아침 일찍 가서 첫 번째로 줄을 선다고 하였다. 새벽에 에펠탑으로 가니 아침부터 마라톤 대회가 있는지 운동복 차림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현지가이드 말에 의하면 오늘 일요일에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도 가끔 도심의 차로를 통제하고 동아국제 마라톤 같은 마라톤대회를 하는데 그런 대회인가 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펠탑을 멀리서 사진으로 보았을 때 탑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이 있는데 밑에서 두 번째 구조물)에 올라가니 파리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런데 파리시내의 구조를 모르니 어디가 어디고 무슨 건물인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전망은 좋았다.

2층에는 화장실도 있고 카페도 있다. 에펠탑을 내려와서 다음 행선지로 가는데 일행 중 한 여자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2층 카페에 놓고 내린 것 같다고 한다. 다시 에펠탑에 올라갈 수도 없다. 다시 올라가려면 다시 줄을 서서 입장권을 끊어야 하는데 언제 입장할지 기약이 없다고 한다. 인솔자가 마침 에펠탑 안에 머무르고 있는 같은 여행사의 다른 팀 인솔자에게 카페에 가서 혹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다. 인솔자 말에 의하면 여기서는 한번 잊어 먹으면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상점에서는 관광객들의 물건을 보관해주지도 않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놓고 간 물건을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여자가 커메라를 잃어버린 날은 여행 일정 중 두 번째 날이라 저장된 사진이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였다.


에펠탑에서 내려온 후 다음 코스는 노트르담 성당. 엄청난 규모이다. 오전부터 사람들이 입장하느라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인솔자가 나에게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몸이 불편한 내가 수많은 인파로 인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봐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구경거리는 많다.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한 시테섬과 파리 본토를 연결한 다리를 오가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노트르담 하면 생각나는 것이 소설‘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이다. 노트르담 성당을 연상하면 콰지모드와 관능적인 모습을 한 여인 에스메랄다가 떠오른다. 그들이 아직도 노트르담 성당 어느 구석에 숨어있을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지금 저 성당에 들어가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콰지모도가 없는 노트르담은 나에게 별 의미가 없다. 성당 안에 들어가서 콰지모도(영화 속에서 앤서니 퀸 역)가 존재하지 않는 노트르담성당을 눈으로 확인하느니 차라리 콰지모도가 있는 노트르담성당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때로는 객관적인 진실을 확인하지 않고 영원히 환상만 간직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종소리가 올린다. 댕~댕~댕~ 아, 정말 종소리가 마음을 때린다. 마치 가까이서 울리는 종소리 같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일 것이다. 저 종소리는 중세 시대에서도 마을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똑같이 올렸을 것이다. 지금 저 종소리는 콰지모도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면서 치는 종소리가 틀림없다. 나의 기억 속에 저 종소리는 영원히 울릴 것이다. 세느강변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나를 어느덧 중세로 시간 여행을 보내주었다.

노트르담 성당의 옆면 모습

파리는 정말 볼 데도 많고 갈 데도 많다. 이번 여행 중 정말 다행인 것은 날씨가 참 좋았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일정 중 약간 비가 온 것 말고는 날씨가 나를 도왔다. 우산을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비가 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 경우 호텔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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