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도 저렇게 찐하게 키스하네!

서유럽여행(4) 프랑크푸르트, 하이텔데르크

by andre

3일째 오후 일정은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ICE 열차(Intercity Express. 독일 기차, 한국의 KTX종류라고 보면 된다.)를 타러 파리동역으로 갔다. 점심때가 되어 인솔자가 배달주문한 한식도시락으로 때웠다. 기차역에서도 화장실은 유료이다. 50센트. 여기서는 돈이 없으면 똥오줌도 마음대로 누지 못한다.


파리에서는 흑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흑인들은 식당 시빙, 운전기사 등 고단한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시간이 남아 역광장을 거니는데 한 연인이 서로 볼을 감싸고 키스하는 광경이 보인다. 남의 시선은 알 바 없다. 나이를 보아서 젊은 연인은 아닌 것 같다.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데 저렇게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젊은 연인들의 그런 풍경은 볼 수 있지만 14년 전인 그 당시 내 눈에는 마치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기했다. 자꾸 눈길이 가는데 무안해할까 봐 계속 보기 어렵다. '우리가 열렬한 애정표현을 하는데 당신이 왜 자꾸 유심히 보느냐'라고 할까 봐 고개를 돌렸다.

부근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관광버스에 타고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한국 말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가도 한국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 기차 ICE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하였다. 열차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밖으로 파리 외곽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프랑스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이 보인다. 고흐의 그림에서 본 듯한 정경들이 보인다. 들판이 펼쳐지고 프랑스의 전형적인 농가주택이 보인다. 날씨도 좋다. 이렇게 ICE열차를 타고 따사한 가을 햇빛을 받으면서 프랑스 전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지평선도 보이고 따사로운 가을 햇볕에 뭉게구름이라니 너무 행복하다!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열차에는 중간중간에 입석객들이 많이 탄다. 주로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이다.


프랑크푸르트역에서 내린 후 인솔자가 안내하는 대로 한참 길을 따라가니 뢰머광장이라고 한다. 이 광장에서 옆 길로 들어가면 프랑크푸르트 성당이 있다. 광장에는 구시청사 건물이 있고, 광장 가운데는 유럽의 중세도시가 다 그렇듯이 그 지역을 기념할 만한 동상이 있다.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인력거도 보인다. 광장 옆에 위치한 노천카페에는 노인들이 안주도 없이 맥주만 놓고 앉아있다. 술을 먹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광장 구경하러 나온 듯. 인솔자가 말하기를 차범근이 프랑크푸르트 구단에서 일하면서 무슨 일로 이 뢰머광장 시청사 난간에서 맥주를 들고 건배를 하였다는 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 시청사
뢰머광장 거리의 악사
하이델베르그 성당


프랑크푸르트 성당

프랑크푸르트 성당에서 울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들린다. 그 종소리는 마침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 같다. 사람들은 하루동안의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들어가면서 이 종소리에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종소리가 왜 이렇게 맑고 정답게 들릴까, 어린 시절의 동화 속에서나 상상하던 그런 정다운 종소리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아, 종소리가 참 좋네요.”

같은 여행팀의 일원인 예비역 장성이 말을 건넨다.

“그건 마음속에서 평화를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 말이 맞다. 사실 그날 저녁 나의 마음은 평화로웠다. 북유럽(엄밀히 말하면 독일은 북유럽은 아니다. 약간 북쪽에 있는 유럽이다)에 오면 나는 왠지 평화로워진다. 깊은 사색을 하는 것 같고, 점잖고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북유럽 사람들이 나는 좋다.

뢰머광장 거리의 악사는 무릎이 해진 바지를 입고 서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젊은이 같은데 무슨 곡인 줄 잘 모르겠다. 동전 바구니를 보니 동전이 몇 개 없다. 악사는 눈을 감고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동전을 바구니에 던지니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뜨고 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저녁식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집에 가서 돼지불고기 백반을 먹었다. 한국에서의 음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하였지만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라 반가웠다. 프랑크푸르트 마이네 호텔이라는 데서 하루 잤는데 밤에 호텔 창문을 여니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 녹지가 많은 도시라 공기가 청아하다.


다음날은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하이델베르크성.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떻게 산에 올라가나 걱정을 하였는데 관광객용으로 경사식으로 올라가는 레일 형식의 엘리베이터(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것을 '푸니쿨라'라고 한다)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이델베르크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영화 ‘황태자의 사랑’을 촬영하였다는 카페가 나온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에 올라가니 광장이 있고 지하(고성으로 올라가서 마당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밖에서 보면 위치로 보아 지하는 아닌 것 같다)로 내려가면 포도주를 만드는 창고도 있고, 와인을 파는 카페도 보인다.

고성 한쪽에는 가끔 음악회가 열린다는 음악당도 있다. 성안에서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오르니 발자국이 보인다. 흙이 마르기 전에 누가 발로 밟은 자국이 그대로 굳은 것이다. 현지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자국은 중세시대 영주인 기사가 멀리 원정을 갔는데 그동안 부인이 부하 군인과 바람이 났고 부인과 밀회를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영주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성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런 상황을 들키게 된 부하 군인이 급히 창밖으로 뛰어내렸는데 마침 마당의 흙벽돌이 굳기 전이라 발자국이 남았고 그대로 굳었다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기사의 부인이 뛰어내리다 생긴 발자국이라고도 한다. 어느 내용이던 모두 믿거나 말거나이다.


하이델베르그 성에서 본 네카강

하이델베르크고성에 올라가니 건너편에 강이 보이고 다리가 보인다. 칸트는 매일 저 다리를 건너 건너편 산으로 산책을 다녔다고 한다. 고성을 내려와 하이델베르크 광장으로 가니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성당이 하나 보인다. 가이드가 자유시간을 주길래 혼자 광장 부근을 돌아다녔고 성당 안이 궁금하였다. 그런데 성당 1층 외부 공간은 모두 기념품 가게로 되어 있다. 성당의 재정이 어려워 성당 건물의 1층을 가게로 꾸미어 세를 준다고 하였다. 성당입구로 들어가니 역시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있고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촛불이 켜 있고, 벽에는 관광객들이 붙여놓은 메모장이 보인다. 관광객들이 와서 자기의 소원을 적어 붙여놓은 것 같다. 나도 메모지에 소원 사항을 적어 붙여 놓았는데 얼마 동안 붙어 있을지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인데 그 메모지를 붙이는 옆에 헌금 통도 있다고 하였다. 헌금은 한 푼도 하지 않고 소원 성취만 기원하였으니 하나님이 그런 기도는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

하이델베르크 광장 부근에는 여러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우리 일행이 들어간 가게는 종업원이 한국 사람이다. 가방코너에 가니 키플링 상표의 가방이 걸려있다. 가격표를 보니 67유로이다 한국 돈으로 약 8만 원 정도이다.

슈바인 학세

그날 점심은 고성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승차장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슈바인학세’라는 음식을 먹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다. 돼지통다리를 훈제한 요리인데 감자를 으깬 것, 무를 잘게 썰은 요리가 곁들여 나왔다. 뼈에 붙어 있는 돼지고기의 살이 양이 상당히 많다. 다 먹으니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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