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여행(6) 밀라노, 베네치아
우리에게는 '베니스'로 알려진 도시 '베네치아'는 각종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도시이다. 물의 도시로 알려진 중세 도시. 이제 이 베네치아는 관광객들로 몸살이 난다. 얼마 전부터 베네치아 시에서 관광객들로부터 소량의 관광세를 받기로 했다. 세금을 받는다고 해서 관광객이 줄어 둘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매년 바다수위가 높아지는 계절이면 광장이 물에 잠기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가끔 TV에서 물에 잠긴 산마르코 광장의 장면이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생기는 일. 언젠가는 베네치아도 완전히 물에 잠기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하여 시 당국이 고심 끝에 바닷물을 막는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 공사의 이름은 모세 프로젝트. 구약성서에서 홍해를 갈랐다는 모세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보존을 위한 당국의 눈물 난 노력이다. 베네치아를 보존하는 일은 단지 관광도시를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 엄청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다. 베네치아를 방문하려면 물에 잠기지 않는 계절을 알아보고 가야 한다.
오후 늦게 밀라노에 도착하였다. 밀라노 시내에 들어오니 건물들이 낡아 보인다. 오래된 도시이고. 매연이 있어 공기가 쾌적하지 않은 것 같다. 밀라노 시내 도로는 편도 1차이고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차량이 움직이기 어렵다. 차량이 많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서 도로가 좁아서 현재의 교통량을 감당하기 힘들다. 일단 라스칼라 극장 앞 광장에서 잠깐 자유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이름만 듣던 '라스칼라 극장'. 여기서 공연하는 오페라를 한 번 보면 근사할 텐데, 인증사진 한판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밀라노는 명품 매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도시. 지나가는 여인들을 보니 모두 모델 같아 보인다. 그녀들이 걸친 옷이며 가방이며 모두 명품이겠지.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 광장에서 거닐었다. 저녁이 되자 두오모 성당 앞 광장에는 시원한 바람이 가로지른다. 광장에는 비둘기도 많이 보인다. 아, 이곳이 사진에서 보던 그 유명한 광장이구나. 여기서도 역시 인증사진 한판 찍고 옮겨야 한다.
그날 저녁 피자를 먹었다. 한국에서 직장 내에서 자주 시켜 먹었던 피자와는 다르다. 그냥 밀가루만 얇게 반죽하여 구운 것으로 맛이 담백하고 다른 토핑은 별로 없다. 담백한 밀가루 냄새가 난다. 원조 피자는 이렇게 담백하구나, 이태리에서는 피자나 스파게티를 먹고 나서 항상 고기 요리가 하나 더 나온다. 와인이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많이 싸다고 해서 폼나게 한 잔했다.
안내된 밀라노의 호텔은 입구부터 좀 복잡하였다. 2층 단독주택처럼 생긴 건물의 2층 지붕으로 올라가서 한참 걸어가서 정원이 있는 마당을 지나 위치하고 있다. 밀라노의 호텔은 북유럽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낡은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도시이라 어쩔 수 없다. 방안의 내부 구조도 작다. 아침에 먹는 식사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빵의 종류나 과일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밀라노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행선지는 베네치아. 3시간 정도 달려가는 곳이란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이 보인다. 그래서 이태리에서는 와인이 유명하구나.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현지가이드는 마이크를 잡고 이태리의 이것저것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이태리는 유럽 최대의 포도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태리에서의 20유로짜리 와인이면 한국에서 7~8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베네치아 하면 중요한 인물들이 많다. 베네치아라면 그림이나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다. 골목길이 모두 물길로 되어 있고 건넛집으로 가는 길은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간다고 한다. 이러한 특이한 낭만의 도시가 실제로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였다.
베네치아로 가는 길은 육지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기차로 갈 수가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리니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먼저 비발디가 다녔다는 성당에 들러서 사진 한판 찍었다. 비발디라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계절 협주곡의 작곡자이다.
베네치아 뒷 골목길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관광객들을 위한 이태리식당이 보인다. 가끔 이태리영화에서 본 듯한 골목길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길을 구경한 다음은 곤돌라를 탈 순서. 곤돌라란 관광용 배인데 배모양이 조정경기할 때 사용되는 카누와 비슷하게 생겼다. 일행 중 곤돌라를 탈 사람이 나와 젊은 부부, 그래서 세 명이 전부이다. 다른 일행은 타지 않겠다고 한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 탈까, 말까 망설였다. 곤돌라를 타지 않는 사람들은 그동안 산마르코광장에서 자유시간을 갔는다고 하는데 그게 더 나을까 싶기도 하여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가 곤돌라를 타는 것은 기본이라며 자꾸 부추길래 결국 타기로 하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경우 현지가이드가 자기 돈으로 곤돌라를 빌리고 관광객을 태우게 되는데 곤돌라는 1대당 얼마로 계산이 된다고 한다. 결국 타는 사람이 많으면 가이드가 남는 장사가 되지만 타는 사람이 적으면 모자라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곤돌라를 타기 전에 산마르코성당에 잠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입구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고 큰 가방은 휴대금지란다. 성당 안은 어두운 상황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성당 내부에는 이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관광객들은 올라가 두루 살필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빨리 보고 곤돌라를 타야 한다. 중세시대에 삶과 죽음을 고민하던 수사들의 흔적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다. 산마르코광장은 정말 광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성마르코광장을 차근차근 음미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다.
선착장에 가니 예약한 곤돌라가 아직 오지 않았다. 40분 이상 기다렸고 드디어 예약한 곤돌라가 왔다. 곤돌라 운전자(우리말로 하면 뱃사공이다)는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의 상의를 입고 있다. 여기서 곤돌라 운전자는 자격증을 있어야 하고 고수입 직종이어서 여기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직종이라고 한다.
드디어 곤돌라가 움직이더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배가 두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임에도 노련한 뱃사공은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골목길 양쪽으로는 가정집들이 있는데 실제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집은 방의 전등이 켜져 있는지 창밖으로 불빛이 비친다. 곤돌라를 타게 되면 서비스로 위스키를 한 병 준다. 곤돌라에 승선한 사람은 셋. 서비스로 받은 위스키는 동행한 젊은 부부와 나 셋이 나누어 마셨다. 젊은 부부는 배의 뒷 쪽에 나란히 자리하였고 나는 배 중간에 있는 의자에 혼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뱃사공은 뱃머리에 서서 노를 젓는다. 젊은 부부는 모처럼의 오붓한 분위기를 즐기는 듯하다. 그런데 무언가 그림이 좋지 않다. 배 뒷부분에는 젊은 부부가 다정히 앉아 있고, 배 가운데 남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라니, 조금 지나니 위스키의 술기운이 돈다. 얼굴이 벌겋게 된다. 부부가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하여 한 장 찍어주고 나도 한 장 찍어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나온 사진이다.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다. 그러나 어떠하랴, 곤돌라에서 찍은 사진은 그 사진 한 장 밖에 없는데. 그 사진은 아직 PC에 잘 저장되어 있다.
곤돌라를 타느라 정황이 없어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참 후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앞서가는 배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배를 보니 남자가 배 위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그 옆에는 한 사람이 앉아 아코디언으로 반주를 하고 있다. 이태리 칸초네인가, 내가 들어본 노래는 아닌 것 같다. 가사내용은 알 수 없지만 헤어진 옛 연인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노래를 부를 리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가수와 악사는 관광객이 돈을 주고 부른 사람들이라고 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덕분에 뒤따르는 나도 공짜로 이태리 악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미로처럼 생긴 물길로 되어 있는 베니스의 뒷골목길은 좁아서 여러 대의 곤돌라가 지나가다 보니 교통체증이 생기기도 한다. 곤돌라를 타고 골목을 다니다가 다시 처음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곧 배를 타고 베네치아를 떠난다고 한다. 아직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벌써 떠난다고 하니 아쉽다. 산마르코광장을 거닐면서 좀 살펴볼 것도 많은데 아쉽다. 부둣가에는 기념품 가게가 많다. 가면을 파는 가게가 있어 유심히 보니 가면 1개의 가격이 20유로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여 안녕~ 내 일생에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