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에 관심이 있다 보니 그와 관련된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원명. The Regend of 1900) 감독 주세페 토르나 토레
이 영화는 영화음악 작곡자가 내가 좋아하는 '엔니오 모리꼬네'라고 하여 오래전에 한번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영화감독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던 터라 영화감독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 후 '주세페 토르나토레'를 알게 되었고 이 영화가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한번 OTT로 보았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라면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최근에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제작을 맡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에서 건축사로 활동하시고 유럽 문화 예술에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저서를 몇 권 내신 000 박사님의 10회짜리 강좌를 들을 기획가 있었다. 그 강좌 중에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주세페 토르나토레' 이후로는 쓸만한 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짧은 식견으로 ' 요즘에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좀 무겁거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감독의 출현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쨌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내놓음으로써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다. 나는 그의 영화 중 '말레나'도 보았다. 가슴 뭉클한 삶의 진실을 다루는 다른 영화도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주인공은 배 안에서 어린아이인 채로 발견되었고 평생 배를 떠나 육지를 밟아 보지 못하고 피아니스트로서 살아간다. 그가 배안에서 발견된 해가 1900년이라서 그의 이름을 '나인틴 헌드레드'라고 지었다. 마지막으로 배가 폐선되어 하선하라는 권유에도 그는 결국 배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영화의 영화음악이 '앤니오 모리꼬네'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화내용도 제법 간단치 않은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 혼자 만의 생각일 수 있다)
영화라는 것이 가끔은 개연성이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기도 한다. 원래 영화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영화'이다 보니 개연성에 대하여는 크게 따지지 않는 장르이다. 이 영화에 대하여 개연성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음악의 아름다움이니, 주인공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니 그런 것들도 별로 이야기할 거리는 없을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이 영화를 바라볼 수 있을 수 있을 텐데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가 다이너마이트에 의하여 폭파되는 상황에서 배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함을 금할 수 길이 없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주위 환경과 사람과의 상호 관계를 통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을 보는 눈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것은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제자 칼 융이 이야기하는 개인적 무의식(개인의 출생 이후 경험에 의하여 형성되는 의식)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정 부분은 집단적 무의식(선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오랫동안 인류의 경험에 의하여 축적된 의식)의 영향도 있을 것이겠지만. 오랫동안 자기 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은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더 고착되기 마련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나와 다른 세상관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버겁고, 자기의 주관적 경험에 의하여 오랫동안 형성된 것들을 분해해서 다시 조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평생 배 안에서 만 피아노를 치면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배를 떠나 육지라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극도의 불안감이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인공의 이러한 행위는 부조리한 이 세상을 거부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배안에서는 88개의 피아노의 건반만 가지고 음악을 연주할 수 있으나 육지에 가서는 수백만 개의 건반을 가지고 연주를 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
개인이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생각의 틀이 굳게 형성되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없는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 누구나 그러한 환경이었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나의 생각이 나의 운명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나의 경험이 나를 만든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없다. 나는 나의 경험으로 인하여 형성된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벗어나려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배와 함께 산화되어 흩어지는 장면은 나를 안타깝게 하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