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목표: 웨딩 촬영
약혼식을 잘 마친 남자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이제 한숨을 좀 돌리나 싶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그다음 날은 바로 웨딩 촬영 날이었다. 남자는 조금 지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웨딩 촬영을 한껏 기대하는 여자를 보며 다시 힘을 내본다. 직업상 촬영이 종종 있는 남자였기에 일처럼 느껴졌지만, 인생의 한 번뿐인 웨딩 촬영으로 여자는 내내 설렘을 느낀다.
여자는 웨딩 촬영 때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물었고, 남자의 동생들과 여자의 친구가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했다. 남자와 여자는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함께 출발했다. 출발하는 길부터 왠지 느낌이 좋았다. 무난한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스튜디오는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초록색으로 가득해 촬영하기 좋은 날이었다.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부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남자가 많이 어색해했다. 늘 무표정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던 남자는 웃는 표정을 짓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와 스태프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자와 여자를 웃음 짓게 했다. 마치 돌 기념사진 촬영장 같달까. 다행히 남자는 점차 적응해 나갔고, 여자와 함께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촬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한 콘셉트로 사진을 찍으면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금방 흘렀다. 당사자인 남자와 여자도 지쳐가지만, 도와주는 동생들과 친구도 점차 지쳐갔다.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식사는 물론 커피와 디저트를 챙겨주고, 장난을 치며 서로 분위기를 조성해 갔다.
그렇게 여섯 시간 정도 지났을까. 모두 진이 빠졌다.
- 한 컷만 더 찍을게요. 좋아요, 좋아요. 웃음 짓고. 신랑님 신부님 파이팅!
사진작가가 그날 하루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웃음이 거의 소진될 즈음에 다시 미소를 짓고, 무표정이라는 표정도 짓기 힘들 때쯤 힘을 다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모든 촬영을 순탄하게 끝났다.
촬영이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쳤다. 수고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줬다. 남들이 보여줄 땐 그저 즐거워 보였던 촬영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여자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다. 사근사근한 여자와 재치 있는 남자, 그리고 정성을 담아 카메라에 담아준 작가. 함께 웃으며 분위기를 조성해 준 스태프와 동생들, 친구까지.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과정을 함께 한 헬퍼 이모님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반납하러 갔다. 그리고 턱시도를 반납하자 정말로 모든 순서가 끝났다. 남자와 여자는 동생들과 함께 집으로 가 야식을 시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모든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하루로 마무리됐다.
그래도 여덟 시간은 꽤 무리인 것 같다. 독자 중 웨딩 촬영 계획이 있다면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잡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