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목표: 이사
네 번째 목표를 성황리에 끝난 둘은 이제 대망의 다섯 번째 목표가 남았다. 바로 이사였다. 이사 준비가 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자의 자취방, 여자의 자취방 그리고 자취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는 본가에서도 짐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총 세 군데에서 짐이 와야 했기에 계획을 잘 세워야 했다.
우선 짐을 한 군데로 합치고, 여자의 본가에 있는 짐은 나중에 가져오기로 했다. 자취를 오래 한 남자의 짐에 여자의 짐을 더하자 짐의 양이 꽤 많았다. 포장이사를 불렀지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짐을 먼저 포장했다. 귀중품은 차에 싣고, 나머지는 종류별로 묶어 포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짐이 끝없이 나오는 게 문제였다. 오히려 큰 짐은 한 개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잘한 짐들이 문제였다. 며칠을 거의 포장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이사 당일날 이삿짐센터가 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을 보고 사장님이 놀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포장을 해서 가는 수밖에. 사장님이 포장하는 동안 남자는 남은 잔금을 처리하고, 여자는 짐이 잘 포장됐는지 확인했다. 아직 세 달도 안 된 이야기인데 그날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남자와 여자는 차를 타고 운전해서 그 둘이 머물 곳에 먼저 도착했다. 아침에 맡겨둔 청소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본래 상태가 좋은 집이기에 그 정도로 만족했다. 포장한 짐이 도착하고 하나씩 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이사 전날 도착한 침대가 있는 안방은 청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우리가 자는 곳만큼은 다른 짐이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는 둘만의 계획이었다. 본래 자취방보다 크기가 넓은 탓에 짐들은 다행히 하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갈 곳을 잃은 짐들이 문제였을 뿐.
이사를 한다고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이 왔다. 모두 집이 너무 예쁘다고 칭찬했다. 남자의 어깨가 으쓱 올라왔다. 가족들이 정리를 도와준 덕분에 주방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거실과 옷방과 작업방과 그리고 그 외의 곳들까지. 둘은 정리할 물건들만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멈춰있을 틈이 없었다. 둘은 바로 정리를 시작했다. 파트를 나눌 새도 없이 손이 닿는 곳마다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됐다. 남자는 작업방과 거실 위주, 여자는 옷방과 주방 위주로. 하지만 문제는 어제 가족들이 오면서 본가에서 가져온 짐이 쌓여 짐이 1.5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나를 치우고 뒤돌면 다시 한 짐이 쌓여있고, 바닥에 있는 걸 치우면 소파 위에 쌓인 짐이 가득이었다. 통쾌함과 좌절 그 사이 어디쯤. 남자와 여자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도록 정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자가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여자가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집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정리하고, 정리하고, 정리했다. 덕분에 집은 금세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렇게 열흘 아니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둘의 집은 확실히 안식처가 되었다. 누가 봐도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그런 집.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머무는 곳, 신혼집이었다.